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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세상바라보기

걸리지만 않으면 장땡

by adnoctum 2011. 8. 6.



   부정한 행위란 그 자체로 부정한 것이다. 남에게 발각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부정한 행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정말로 희안하게도 한국에는 "걸렸으니까 죄", 혹은 "재수없게 (나만) 걸렸다", 하는 류의 말들이 판을 친다. 이러한 발언의 기저에 있는 기본적인 생각은 아마도 '나쁜 행위를 한다 해도 걸리지만 않으면 괜찮다', 가 아닐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이 될 정도이다. 심지어,
 그러나 재벌기업 관계자들은 문건공개를 계기로 국민들 사이에서 반재벌 정서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며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기업의 임원은 "곤혹스럽다. 어떻게 이런 문건이 공개될 수 있나"라고 말했다.
- ‘삼성이 홍준표 맡아라’ 전경련 비밀문건 ‘충격’
그러니까, '공개'만 되지 않았어도 별 문제 없었다는 것인가? 그래, 바로 이런 사고 방식이 문제다. 어떻게 저런 문건이 '작성' 될 수 있나, 라고 말을 할 수 있는 사고 방식이어야 한다.

신독. 사어가 되어버렸지. 지금도 중학교 도덕책 어느 구석탱이에 남아 있으려나?
"이건 내 policy라고." - 에반게리온, 아마 4번째 아이였을 껄.

그러니까, 신념을 갖는다면 혼자 있거나 말거나, 남한테 들키거나 말거나간에 옳고 그름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게 되고, 그것을 따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이 없다면, 그냥 남의 눈치나 보고, 들키지만 않으면 장땡이라는 생각으로 나쁜 일도 종종 하는 것이다. 부정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이 나와 가까운 사람이면 그냥저냥 못 본 척 하고 넘어 갈 수도 있거나, 때로는 은근슬쩍 감싸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부정의 싹은 오늘도 비양심을 똥같은 거름으로 해서 잘도 자란다. 그러다 들키면, 에잇 재수없게 걸렸네. 그런데 그렇게 들킨 편이 내 편이 아니면, 에잇, 하여튼 안 썩은 곳이 없어, 가 되는 것이지.




   그리고, 이런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가치 또는 사고방식조차 우월함이나 고상함, 깨끗함으로 몰아 붙이려는 사람들이 있다. 불행한 일이다. 이러다가는 초면에 존대말을 한다고 공손한 척 한다는 소리를 듣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좌우지간 이런 류의 사람과는 놀지 않는 것이 제일 마음 편하다는 것이 오랜 기간 궁리 끝에 나온 나의 결론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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