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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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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놈을 위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이나 취향에 결부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많은 것이 우리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으며, 그 중의 제일은 자신의 특성을 규정한 자신의 사고이다. 만약 자신을 '잡놈'으로 규정해버린다면 참으로 많은 자유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잡놈이다. 나는 잡놈이다. 그러기에, 가진 것이 없고, 그래서 거칠 것이 없다. 가진 것이 없다면 우리는 잃을 것도 없고, 그래서 거칠 것이 없게 된다. 체면이나 명예, 소속감, 부, 이 많은 것들이 우리를 잡놈보다 더 소중한 놈이라고 착각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많은 행동에 대한 스스로의 규제가 생겨 난다. 해야 되면 닥치는 대로 하는 거지, 자존심 따위가 뭐가 필요해. 배워야 되면 닥치는 대로 배우는 거지 전공 따위가 뭐가 중요해. 물론 해야..
모범답안이라는 추상적 해결책에 대하여 많은 문제의 경우, 우리는 '모범 답안'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왜 그 모범 답안이라는 것이 현실성 없는 추상적 이야기로 매도되어야 하는 것일까? 에 대한 의문이 있다. 문제는 추상적 모범 답안이 아니라, 추상에서부터 현실로의 이행을 이루지 못하는 우리들이 아닐까? 예를 들면, 이공계 종사자/프로그래머에게 영어는 꼭 필요한가? 프로그래머에게 수학은 필요한가? 이공계 사람들에게 문학적 소양은 필요한가? 행복은 무엇인가? 우리는 모범 답안을 알고 있으며, 많은 경우, 그것이 무엇이든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많은 경우, 우리는 착실히 고민을 거듭하여 결국은 "모범 답안"에 도달하다고 해도, 또 하나의 고민이 없다면 그 답안은 그저 공허한 소리로 그치고 만다. 다음 예를 보자. 지난 달에 발표..
꾸준한 노력 어느 정도 자란 이후 우리에게 의미있는 말들은 이미 모두 한 번은 들어 본 것들이다. 결국 인생에 필요한 모든 것은 유치원 때 모두 배웠다는 말은 그리 틀린 말도 아닌 것이다. 이것은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 하나는 그렇게 뻔한 말들이 계속적으로 회자된다는 것은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렇게 중요한 것임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중요하다고 알려진 많은 것들의 변주곡을 수도 없이 듣거나 읽게 됨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보편적 진리를 우리의 삶 속에 제대로 녹여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 중요한 것임을 자각함과 동시에, 비록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결국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부딪히고, 계속 밀고 나가기 들으면 곧바로 알 수 있는 천재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우리들은 새로운 내용을 접했을 때 곧바로 그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들은 이후 그것을 '알았다'고 느끼기까지 짧은 시간만이 필요한 것만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위 사진은 내가 q-value를 이해하고,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살펴 보는 과정에서 열린 프로그램과 웹 페이지들이다. 오른쪽에 R 이 떠 있는데, R script 를 사용하고자 처음 스크립트 에이터를 열어서 테스트로 1*23 을 하고 실행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문득 이 작업을 하니 이 글을 쓰려는 생각이 나는군. 그렇다, 나는 q-value를 알기 위해 우선 false discovery rate 부터 찾기 시작해서 관련 논문을 읽..
문제는 왜 쉬워 보이는가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아닐 때는 쉬워 보이는 많은 문제들이 실제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문제가 쉬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이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문제를 직접 실제로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 겪은 수많은,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은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원래 그렇다. 문제들은 지저분하고, 깔끔하지 않아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겉에서 보았을 때 주요한 문제가 되는, 핵심문제, 그것에 다가가기도 전에 수많은 자잘한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교육 과정에서 만나는 문제들이란 깔끔하게 정리된 문제들이고, ..
조건이 부족합니다. ? 2009-05-22 02:17 주어진 조건이 부족하거나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들면 문제 출제자가 잘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쉽사리 문제를 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지금 한창 이글루의 IT 벨리를 달구고 있는 글 '우리나라 컴공 교육에 대한 생각이 들게 하는 면접'이란 글의 답글들에, 주어진 조건이 완전하지 않아서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답변들. 같은 경험을 한 나로서는, 그 경험 이후 내가 무엇을 배웠는지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소프트웨어 공학을 들을 때였는데, 숙제로 해야 할 것에서 있어야 할 수많은 조건이 없었다. 그 때, 프로젝트 스케줄링을 하는 것이었나, 그래서 간트 차트 같은 것을 그리는 것이었는데, 아니 무슨 프로젝트같은 것이 진행되고 있어야 그런 걸 ..
시나브로 변하는 것이다 2009-07-23 22:50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얼마나 다른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1년 전의 나와, 오늘의 나는 얼마나 다른가? 조금은 다르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른가? 많이 다르다. 그렇게, 사람은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다. 아주 못된 사람도 하루하루 조금씩 변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들을 비웃으며, 자신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자신을 볼 것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 동안의 자신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시나브로 변하다가, 한방에 훅! 가는 것이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뭐. 그렇게 변하는 것이다. 니나는, 자살을 하려 했는데, 결국 슈타인이 병원으로 데려다 주어 죽지는 않았다. 그러나 니나는 말한다, 그 때 자신..
앎의 두 가지 방식 2009-06-09 06:07 머리가 명석하여 듣는 즉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희안한 것은 이런 이들의 경우 '알고' 있는 지식의 깊이가 종종 결여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분명 이해력이 빠르다는 것은 알 수 있는데, 그 이해의 폭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 다시 말해, 갖고 있는 이해의 능력과는 별도로 이해한 것을 다른 것과 연관시키는 능력은, 얼마나 알고 있는가, 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알고 있는 지식이 많지 않다면 이해의 폭이 얕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이해의 빠르기가 월등히 빠른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사실을 여러 맥락 속에 놓고 다방면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주어진 의문이나 사실이 고려되어야 할 수많은 다른 상황들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