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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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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느낌들 요 며칠 자주 오는 느낌은 봄날 갓 자라난 풀들을 뽑았을 때 풀 밑에 뭉쳐 있는 흙의 냄새. 그리고, 썩 좋은 느낌은 아닌 축축 젖은 물. 아마도 요즈음 따뜻해지곤 하는 날씨에 봄느낌이 오면서, 지금까지는 좀처럼 드러 나지 않던 느낌이 왠일인지 떠오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 하면 저 풀뭉치 밑의 흙의 촉감과 냄새, 약간은 차갑고 축축한 느낌은 어렸을 때 봄이 되면 느끼곤 했던 느낌들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살던 시골집은 집 뒤에 비닐 하우스가 있었다. 집이 한 채 있고, 굴뚝이 나오는 곳에도 역시 약간의 공간이 있어서 그 곳에 장독대며 감나무, 고얌나무 등이 있었다. 그러한 곳을 우리는 '뒤란'이라고 불렀는데 표준어로는 '뒤뜰'이다. 그 옆에 비닐 하우스가 있었다. 봄이 되면 이것저것 심을 준비를 ..
의외로 만난 겨울 풍경 어제는 익산을 갔다 왔다. 이 곳에도 눈이 내리긴 했지만 쌓이진 않고 녹았기에, 그리고 익산은 한 시간 거리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가는 도중에 보니 꽤나 많은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었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약한 눈발이 날리기도 했다. 날은 따뜻해서 빙판길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번거로운 날씨였기에 일이 끝나고 남은 시간에 주변을 산책하려는 계획은 다음으로 미루고 돌아 와야만 했다.
걷는다는 것 얼마 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찾은 학교는 이미 가을이 한껏 지나 있었다. 늦가을의 잦은 비로 인해 평소 걷던 길이 비에 젖어 있을 거라 생각하며 1km 가 조금 안되는 출근길을 나섰다. 몇 달을 비슷한 곳을 통해 다녀 어느 곳이 흙길이고 어느 곳이 아닌지 알고 있었기에 물에 젖은 흙길을 피해 갈까 하며 길을 나섰지만 숲으로 들어 가 걸어 가다보니 어느 새 좀 더 먼 길을, 흙길이 있는 길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길을 접어 들자, 이미 낙엽이 길을 뒤덮고 있는 것이 눈앞에 펼쳐졌다. 누군가가 이미 걸어 갔을지도 모를 길이었지만 그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발길에 채이는 낙엽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마치 아무도 가지 않은 눈덮인 길을 가듯 왠지 모를 뿌듯함으로 길을 갔다. 뒤돌아 보니 내가 ..
시간을 품은 나무 얼마 전 출근길에 찍은 나무 한 그루. 위에서부처 차례로 단풍이 들고 있다, 한 그루의 나무에.
겨울이 느리게 오고 있다 얼마 만인지 알 수 없는 기간. 나는 그동안 어느 정도 힘겨웠는데, 그것은 어떤 사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 그럴 수도 있겠지만 - 이따금씩 일어 나는 생에 대한 의문과 삶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것은, 자발적 동기에 의해 살아가는 사람에게 스스로의 욕망이 없어질 때는 살아 가기 매우 힘들다는 것이고, 그것은 자주 '우울함'이라는 감정이나 우울증이라는 병의 일부로 이야기되는데, 어찌 되었든 그것을 지나가고자 한다면 그 방법은 아직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의 다른 많은 것들이 그렇듯 이 경우도 결국 시간이 해결을 해 주긴 하는데, 내가 이번에 느낀 것들은 이렇다. 자체로 생기는 욕구/욕망/의욕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해 살아 가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이러한..
일상 날이 조금씩 차가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자고 일어나면 오로지 일을 하는 생각밖에 안 하느라 계절의 흐름을 놓칠듯 하여 자리에 가면 일부러 창가를 제일 먼저 가보고, 노을이 지날 때쯤이면 서쪽녘을 바라보곤 한다. 오래지 않은 그리움이 이따금씩 밀려 오곤 하지만 그냥저냥 지내 보내고 있다. 요즘엔 일부러 작은 동산을 통해서 연구실에 왔다 갔다 한다. 5분이나 10분 정도밖에 안되는 시간이지만 산길을 걸으며 하는 생각은 짧지 않은 과거 속을 헤메일 때가 많지만 일종의 안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밖을 나오면 나는 곧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온다. 커다란 변화 없이 지난 십여년이 흘렀다. 물론 학위 과정을 끝내고, 반년동안 파견도 나가고, 하는 등의 일은 있었지만 내 자리는 항상 여기였고, 그것에 큰 변화..
오래간만에 글 많은 듯 많지 않은 일이 있었다. 연구 관련된 일은 여전히 많은 것들이 동시에 진행이 되느라 각각은 느린듯 하게 진행이 되는 와중에 몇 가지 일들은 꽤 진척이 되었다. 올 상반기에 몇 개는 논문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몇 개는 전개가 바뀌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가늠하긴 아직 이르다. 또한, 잠시 멀어졌던 여자친구와는 전에 없이 가까워졌다. 그간 내가 너무 나만의 방식을 고집하느라 우리는 가까워지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우리의 관계에 있어 나보다 더 중시해야 할 것이 있음을 알기에 무엇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에 대해 예전과는 생각이 달라 졌다. 한국은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 더이상 이 나라에 그 어떤 희망이 있을까... 무기력하기만 하다. 외려,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그것이..
봄바람 몇 번의 꽃샘추위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이젠 느낄 수 있다. 이미 바람의 칼날은 무디어 졌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 간다 하더라도 바람은 칼날같은 차가움을 서서히 잃어 가고 있다.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 파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일요일이면 종종 침대에 누워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곤 한다. 이런 시간이 좋다. 물론 많은 경우 연구실에 나가서 일을 하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