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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2 18:43 | adnoctum 

   누구나 무엇이 되고 싶어 한다. 무엇. 다른 이에게 그 어떤 것으로 인식되어, 그 인식됨을 기반으로 자신의 가치를 찾아 나가는 방식. 그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아니,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와 같은 태도는 과연 자유로운 것일까? 물론 견유학파처럼 극단적 태도가 지향하는 바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이와 같은 생각이 그 반대의 극단에 있는 것을 지향한다는 의미로까지 이어지지 않음은 자명하다.


   자신의 가치. 존재에 대한 확신. 신념과 믿음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 그러니까, 누군가가 나를 무시한 행동이 내가 나에 대해 느끼는 내 가치를 깎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 결국은 선택의 문제이겠지만 남들의 인정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많고 서로 다른, 나 이외의 존재에게 내 존재의 가치를 평가해달라고, 그리고 그 평가가 없이는 스스로 살아갈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해버리는 꼴이 되어버리는 것.

   차라리, 아무것도 아니라면 그런 속박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런지도. 내가 나를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 자괴감이나 자신에 대한 뿌리깊은 분노가 아니라, 좀 더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태도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깊은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겠지. 누군가가 무시를 하거나 말거나, 업씬여기거나 말거나, 자신의 자존감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어야만 가능한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적용가능한지 알 수는 없으나, 이와 같은 방식이 가능함을 알고, 조용히 조금씩 생각하며 스스로 실천해 본다면 조금씩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텐데...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 힘든 이유는 결국 남보다 뛰어나고 싶기 때문일지도.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그것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그렇게 점점 스스로를 옭아메는 것.


   그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오동나무가 강아지풀보다 뛰어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모두는 저마다의 능력과 생각, 행복을 찾으며 살아갈진데, 오로지 '평가'에서만 오는 만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도 상대적 평가. 취향을 넘어서서 옳지 않기까지 한 것처럼 보이는 그런 방식들.


   소소한, 때로는 격렬한 자연의 흐름 속에, 없는 것처럼 지내다 사라지고 싶은 마음. 수많은 것들이 이미 그러하고 있으나 많은 이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바로 그런 것처럼, 아무것도 아니기.


그리고, 나는 틀렸고, 내 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