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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생각

솔직히 인정한다 해도, 오만한 경우

by adnoctum 2010. 10. 30.

   내 능력이 부족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 수도 있기는 한데, 그들의 말과 행동이 일관되지 못한 것이 눈에 보일 때면, 어쩌면 그들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아무리 아닐지도 모른다고, 내가 아직 그들을 이해할 만한 정신적 수준이 안 되거나, 그들을 이해하기엔 사태의 겉모습밖에 모른다고 생각을 하려 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너무나 자주 '오만'과 '무례함'의 냄새가 그들에게서 진동해 올 때면, 물론 나는 나의 판단력 미숙을 첫 번째로 생각해 본다 하더라도, 결국은 그들이 무례하거나 오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지네들끼리 떠들고 놀면서 아이들에게 줄 장학금을 결정하는 것이, 가진 자의 오만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것은 마치 굶어 죽을지경인 사람을 앞에 두고 두 명의 연예인이 나와 "자. 가위바위보를 해서 A씨가 이기면 이 아사 직전의 사람에게 빵을 주고, B씨가 이기면 주지 않기로 합시다." "와와~~~" "가위바위보. 아, 네. B씨가 이겼군요. 안타깝지만 이 빵은 이 굶어죽을 지경인 사람이 먹을 순 없네요. 자, 그럼 이 빵은... 그냥 B씨가 드세요." 이런류의 TV 프로그램들. 정말 오만과 무례의 극치다. 건방지게, 사람을 돕겠다면서 지네끼리 게임한 결과에 따라 도울 정도를 결정하겠다고?

    한국인들은 항상 인간 관계에 있어 높낮이를 따진다. 그것은 그들의 기본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나이.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항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염두해두는 듯 싶다. 내가 예전에 있던 실험실은 모두가 존대를 사용했다. 심지어 교수님도 학생들에게 존대를 했고, 우리도 교수님에게 "박박사"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한 5개월 후 실험실을 옮긴 후, 다른 사람들에게 예전 실험실 얘기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나는 예전 실험실 구성원들의 나이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 같은 학부를 나온 선배가 있었는데, 그 분이 몇 학번인지도 몰랐고, 나보다 한 살 어린 사람이 있었는데, 난 그가 나보다 나이가 적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 비록 들은 기억은 나지만, 생활하면서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한국인들은 일단 자신이 주도권을 잡았다 생각되면, 그 다음부터는 좀 무례해진다. 나는 보통 "어, 그러네. 내가 잘 몰랐네." 하는 식으로 나의 무지를 인정하곤 하는데, 상대방은 대화 내내 "거 봐."를 연발할 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자신이 100% 옳았기 때문에 나만이 내 잘못과 무지를 인정한다고 생각을 하는 듯 하다. 이런 대화는 재미가 없다. 그들은 그 후 나를 가르치려 든다. 대화가 끝났을 때, 나는 조금은 변한 것 같은데, 상대방은 대화 전후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느낌이다. 나는 그냥 벽에 대고 혼자 떠든 것 같은 느낌이다. 반대로 서로 "어, 그래? 정말 그러네." "그런가?" 식으로 얘기를 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우리 둘의 생각은 서로 얽키고 섥키면서 결국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는 정말 생각도 못했던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대화는 정말 재미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별로 없다. 나는 단순한 사실 - 특히 그것이 과거에 있었던 것들 - 을 교환하는 대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이런 대화 방식 때문에 대화로 상대방을 판단할 때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원본 작성일 : 2007-10-3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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