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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노을과풍경45

오늘, 특별할 것 없이 특별한 찬바람에 낙엽이 날리고 시간은 이렇게 또 가고, 나는,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제 오늘 비가 시시때때 내리고, 바람이 꽤나 세게도 불었다. 나무가 늘어 선 도로를 지날 때면 공중에 아무렇게나 날리는 나뭇잎들. 먹구름이 잔뜩 하늘을 메우고 있어도 이따금씩 햇살은 나오니, 그럴 때면 또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도 세찬 바람은 여전해서 밖에 있기란 쉽지 않았다. 이제 가을도 다 끝나가고 있으니 바람은 잔뜩 찬기를 품고 있기에 더욱 더 움츠려 들게 한다. 이럴 때일수록 따뜻한 곳이 좋은 것이기도 하니, 이런 기분이 낯설지는 않다. 비오는 날 실내에 앉아 창밖을 바라볼 때면, 빗 속을 거닐어야 할 때 느끼는 거추장스러움은 없고, 단지 비내림의 분위기에 녹아 들 수 있는 것처럼, 풍경은 언제나 그.. 2013. 11. 25.
찬바람 제법 찬바람이 분다. 시기는 어느 덧 벌써 옷깃을 여미게 하게 한다. 언제였던가, 매우 밝고 맑은 풍경 속에서 약간은 아쉬운듯 그냥 지나치던 때가. 출근시간이라는 것이 정해진 회사 생활을 약간이나마 하고 있어서 그런지 요즘은 알람을 맞추어 놓지 않아도 일찍 자면 대개는 아침 8~9시 정도에 잠에서 깬다. 아침마다 잠깐 밖에 나가는데, 그 시간 즈음이면 이미 시작된 햇살이 가로수를 통해 그늘을 만들어 놓는데, 땅에 그려진 가로수의 그림자를 보고 있자니, 그 모습이 함께 깃들어 있던 몇 가지 추억들까지 같이 떠오르곤 한다. 가장 최근 것이라면 지난 봄 교토를 걷다 본 그 풍경. 10여년도 더 된 어느 날,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꽤나 무더웠던 어느 여름 날, 어느 사무실에서 나와 잠깐 나.. 2013. 11. 10.
이 아침해를 또다시 보게 되는구나. 저 아침 해를 숱하게 보아 왔었다. 그러다 자리를 옮겨 다른 건물에서 대략 2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물론 아침이나 새벽에 나갈 때도 종종 있었고, 밤을 새울 때도 자주 있었다. 하지만 정문술에서처럼 자주 밤을 새진 않았었지. 같이 연구하던 누나와 새벽까지 일을 할 때도 자주 있었고, 심지어 주말엔 72시간을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혼자 알고리즘 개선하느라 밤을 새면서 일을 하던 어느 때,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 가는 새벽에 건물 한쪽 끝에 마련된 작은 빈공간으로 가서 밖을 보았을 때 떠오르던 태양. 그 태양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위치가 저 사진이 찍힌 위치였고, 그 때도 저렇게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지, 물론 그 때는 좀 더 여름이었고 저 때보다 더 맑은.. 2013. 3. 5.
밤거리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밤거리를 걷는 것이다. 지나는 이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시골의 밤거리를 홀로 걷는 그 느낌. 가끔씩은 누군가가 한 명 정도는 같이 걸어도 좋다. 어쨌든 고요한 풍경 속과 조용히 어울리며 걷는 밤거리, 특히 어느 한적한 시골길은 언제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그래서 집에 오면 종종 산책을 나가고, MT를 간다거나 학회를 갔을 때도 될 수 있으면 날이 저문 후에 나와 얼마간만이라도 걸어 보려 하는 것이다. 어둠이 내려있다는 것은 때때로 두려움을 이끌어 내지만,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것은 어느 정도는 익숙함의 문제이다. 어둠을 낯설어하지 않기에 나는 별로 무섭진 않고, 외려 모든 소음조차 잠재워버린 그 고요의 힘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운전을 하기 시작하면서.. 2013.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