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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노을과풍경

찬바람

by adnoctum 2013. 11. 10.




   제법 찬바람이 분다. 시기는 어느 덧 벌써 옷깃을 여미게 하게 한다. 언제였던가, 매우 밝고 맑은 풍경 속에서 약간은 아쉬운듯 그냥 지나치던 때가. 


   출근시간이라는 것이 정해진 회사 생활을 약간이나마 하고 있어서 그런지 요즘은 알람을 맞추어 놓지 않아도 일찍 자면 대개는 아침 8~9시 정도에 잠에서 깬다. 아침마다 잠깐 밖에 나가는데, 그 시간 즈음이면 이미 시작된 햇살이 가로수를 통해 그늘을 만들어 놓는데, 땅에 그려진 가로수의 그림자를 보고 있자니, 그 모습이 함께 깃들어 있던 몇 가지 추억들까지 같이 떠오르곤 한다. 가장 최근 것이라면 지난 봄 교토를 걷다 본 그 풍경. 10여년도 더 된 어느 날,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꽤나 무더웠던 어느 여름 날, 어느 사무실에서 나와 잠깐 나무 밑에서 쉬던 어느 날. 아마도 방학 때 아르바이트 건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던 것 때문인듯 한데, 지금 기억에 남아 있는 그 때의 기억조각들을 꿰어 맞추어도 그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겨울은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느 때와는 달리 그냥 무심히 지나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고, 아니면 전혀 다른 종류의 고민을 하며 보낼 수도 있는 것이고.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기에 앞으로 며칠, 몇 달의 일조차 쉽사리 가늠하기 힘든 요즘이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을 이런 곳에 적어 두는 것에 대한 약간의 거리낌 때문인지 쉽게 씌여지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조금 신기하기도 하다. 언제나 반복되는 일상, 계절. 비슷한 시기에 대한 생각들. 오래된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것에서부터 몇 년씩 걸러걸러 작년에까지 오는 기억들. 많은 기억들. 하나씩 꺼내어 요리조리 살펴 보다 다시금 조용히 닫아 두는 기억들. 지금부터 살아 가는 것도 그만큼의 기억들을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아직까지 이 현실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몇 가지의 요인들이 있다. 그것들에 대한 정리가 조금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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