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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노을과풍경

오늘, 특별할 것 없이 특별한

by adnoctum 2013. 11. 25.




   찬바람에 낙엽이 날리고 시간은 이렇게 또 가고, 나는,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제 오늘 비가 시시때때 내리고, 바람이 꽤나 세게도 불었다. 나무가 늘어 선 도로를 지날 때면 공중에 아무렇게나 날리는 나뭇잎들. 먹구름이 잔뜩 하늘을 메우고 있어도 이따금씩 햇살은 나오니, 그럴 때면 또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도 세찬 바람은 여전해서 밖에 있기란 쉽지 않았다. 이제 가을도 다 끝나가고 있으니 바람은 잔뜩 찬기를 품고 있기에 더욱 더 움츠려 들게 한다. 이럴 때일수록 따뜻한 곳이 좋은 것이기도 하니, 이런 기분이 낯설지는 않다. 비오는 날 실내에 앉아 창밖을 바라볼 때면, 빗 속을 거닐어야 할 때 느끼는 거추장스러움은 없고, 단지 비내림의 분위기에 녹아 들 수 있는 것처럼, 풍경은 언제나 그 자체는 아름답다. 


   오늘은 데이터를 갖고 가느라 학교에서 점심 때 쯤 회사로 출발을 했다. 가는 도중에, 그냥 가기엔 왠지 좀 아쉬워 휴게소에 들렀다. 평소에도 잘 들리지 않는데 오늘처럼 서두를 이유가 충분한 날 들른 것은 조금은 특별한 이 분위기를 기억 속에 남겨 두고 싶어서였다. 아무런 특별한 일도 없었지만, 그냥 오늘 하루가 특별한 것처럼 느껴진, 그런 오늘.


   많이 잃어 가던 연구에 대한 열의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목의 가시처럼 항상 나를 괴롭히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열렸기에, 이제는 정말 온갖 것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 신변에 관한 것은 많은 것들이 그리 녹록치 않지만 그래도 난 즐겁다. 이것, 저것,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될 순 있지만 난 충분히 그러지 않을 수 있는 입장이니까. 그래서, 오로지 하나만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쉽사리 타협을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할 수 없는 결과일지라도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껄, : )



   자주 느끼는 이 감정, 난 한 번만 살 수 있다, 지금 이 시간은 다시는 돌아 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너무 특별하다. 많은 시간들은 결국 망각의 강에서 시간 뒤로 흘러가 결국 기억 속에 남지 않게 되겠지만,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몸과 마음에 아로 새겨진 기억들은 언제라도 뛰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기억됨, 이 아닌, 기억에 베어 드는 경험들이 좋다. 하나도 특별할 것 없이, 오히려 너무나도 평험한 일들은 언제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날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에, 비록 지금은 별로 특별한 것 같지 않아도 여유와 편안함, 약간의 설레임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즐겁다. 물론, 현실적으로 보자면 너무나도 답답하고 막막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ㅋ, 난 이미 현실을 어느 정도 가벼이 여길 수 있게 되었기에. 



   단지, 또 시작된 이 두통이 얼마 가지 않아 사그러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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