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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16

다른 사람을 정말 이해할 수 있을까? 아무리 이해하려 노력을 해도, 결국 나는 타인일 뿐이다. 내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은 사실 그가 겪고 있는 고민의 일부일 뿐이다. 그 고민과 연관되어, 문제를 더더욱 어렵게 하는 다른 수많은 사실들을 나는 볼 수가 없다. 결론이 난다고 했을 때 그 문제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내 문제가 아니므로, 나는 그의 문제에 대해 언제나 타인으로 존재할 뿐이다. 게다가 그 결과나 문제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그와 나의 가치관이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고, 이것이 내가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생각이 온통 집에 가서 성적표에 부모님 도장을 맞아야 하는 초등학생의 고민 거리를 듣고 있자면, 부모님에게 싫은 소리 듣는 것 때문에 그리 걱정할 필요.. 2006. 2. 18.
타인을 안다는 것 사람은 원형(prototype)이라는 것을 이용한다. 예를 들면,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다 같은 것. 즉, 우선 여러 특성을 하나의 묶음으로 만든다. 그 후, 어떤 사람을 보았는데 그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러면, 자신이 예전에 묶음으로 만들어 놓은 특성 중, 그 사람의 관찰된 특성이 포함된 묶음을 살펴 본다. 그리고, 그 묶음에 있는 다른 특성들이 그 사람에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원형이다. 원형은 비교적 유리한 면이 있다. 즉, 여러 가지를 판단해서 알 수 있는 것보다는, 쉽게 누군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느 정도 뉴런의 재배치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Hebb's rule), 생리심리적으로도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따라서, 그.. 2006. 1. 13.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그런 것은, 없다. 우리는 결코 다른 사람의 처지를 100%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다. 관건은 100%라는 "완전함"이 아니라, 결코 다른 사람의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직접 그 상황에 처해보기 전에는, 그런 문제로 인해 고민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처지를 이해한다는 말은 때때로 가소롭기까지 할 정도이다. 왜냐 하면, '내가 고려할 수 있는 만큼만 너의 입장을 배려해 주지'라는 의미를 내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말을 하는 당사자는 자신이 이런 가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감소시킨다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된다. 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 2005. 11. 4.
존재와 실존 존재는 '인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통칭하는 것인 반면, '실존'은 '나', 이 글을 읽고/쓰고 있는 바로 '나'라는, 살아 숨쉬고 있는 생명 그 자체를 일컫는다. '자아'라는 것에 대한 확고한 자각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 '나'는 존재하지 않고, 그래서 그에게 '실존'은 '존재 일반'과 같게 느껴진다. 실존과 존재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예는 '죽음'이다. '죽음'이란, 인간이라는 '존재'가 맞이할 수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동시에 매우 중대한 사건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죽음'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다, 단 그 죽음이 '나'라는 '실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전까지는. 대형 사고가 나서 수십, 수백명이 죽어도 별다른 감정의 기복이 생기지 않는 것은, '죽음'이 '존재'의 .. 2005.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