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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생각

꿈을 향하여

by adnoctum 2014. 3. 8.




   꿈과 현실. 아마도 지금까지의, 그리고 앞으로도 내 삶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획일 것이다. 이제는 꿈만 꾸기엔 결코 적은 나이라고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실이란 녀석을 애써 외면하기도 하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은근슬쩍 넘어 가기도 하고, 어떨 때는 미처 몰라서 닥치고 나서야 알게 되기도 하지만, 언제나 내게 꿈은 현실로부터 나아가야 할 목표임에 변함이 없고, 현실이란 그저 내가 발딛고 나아 갈 한 단계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꿈 자체가 현실에 의해 규정된다. 특히나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에 따라, 현실을 제대로 모르던 어린 시절에 꿈을 갖지 않았기에 나이가 들면서 그 당시의 자신의 현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꿈이란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꿈이라 위안을 얻으며 조금씩 나아가는 듯 싶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 실제 현실에 비하여 나의 꿈은 얼마나 멀리 있는가? 하는 것이 내게 꿈을 단지 꿈에 머물고 결코 이룰 수 없는 그 무엇으로 남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슨무슨 과를 나왔으니 무슨 일을 해야지, 요즘에는 이런 과가 뜬다고 하니 그것을 전공으로 해야지, 하는, 현실을 염두에 둔 진행, 그리고 그것이 목표로 하는 꿈은 내겐 언제나 낯설다. 심지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른 채, 그저 지극히 평범한 것, 돈과 명예, 권력, 그리고 그로부터 뻗어 나오는 지극히 편의주의적 사안들을 꿈으로 생각한다. 건물 지어서 월세 받으면서 세계 여행 해야지, 이런 것. 이런 것은 언제나 내게 답답함을 갖고 다가온다. 



   나는 여전히 힘든 꿈을 꾼다. 그 꿈은 꽤나 오래 전부터 만들어 진 것이다. 대학의 전공은 중학교 때부터 좋아한 과목이었고, 부전공 역시 그렇다. 초등학교 때는 생물이라 세분화해서 배우지 않았기에 몰랐지만 중학교 때부터 생물을 좋아했다. 수학은 초등학교 때도 좋아했다. 컴퓨터 역시. 고등학교 때 교탁 밑에 각 대학에 관한 소개가 있는 매우 두꺼운 책이 있었다. 난 그 책을 자주 읽었는데 내가 관심있게 자주 읽은 부분은 언제나 외국 대학이었다. 우리 나라의 이런저런 대학은 한 번 본 이후 다시는 읽지 않았는데 외국 대학 및 그 대학의 특징과 학생들의 생활에 관한 글은 몇 번이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한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생활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던 듯 싶다. 그러고 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외국으로의 생활을 그리워 한 듯 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 하는 것은 없었지만 어떤 형태로 살고 싶다, 하는 것은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만들어 진 것 같다. 



   대학원을 오고, 졸업을 할 즈음 외국으로 자리를 알아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게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더구나 내가 살아 가고 싶은 방식은 어느 정도 확실하고, 하고 싶은 일 역시 매우 확실하기 때문에 이러한 면에 있어선 별로 고민은 없는데, 실제로 그렇게 살고자 하는 방법, 그 방법을 찾기가 힘든 것이다. 단순한 연구원 생활도 아니고, 단순한 회사원 생활도 아니다. 누구나가 하는 그런 형식의 삶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선가 뭔가를 배우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꿈을 접지도 않았고, 그 누구도 그렇게 하는 것을 못 보았다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친구들은 이제 회사에서 자리를 잡아 가는 상황에, 나는 여전히 이렇게 뚜렷한 일자리 없이 떠도는 신세지만, 그래서 이런 나의 현실과 친구들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가끔씩은 불안함을 느끼곤 하지만 그런 때에도 내 꿈에 대한 희망, 그리고 그것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꿔서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현실에 적절한 것을 선택할까, 하는 생각을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가 어떻든 나의 꿈은 거의 언제나 그대로였다. 많은 경우 이러한 나의 모습은 아직도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내가 조금씩 나아가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이 내게 힘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난 자주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고, 그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꿈을 자신있고 확고하게 말하는 사람이 좋다. 너무나 뻔한 꿈은 재미없다. 그것은 자신이 자신의 특성에 맞게 찾거나 만든 꿈이라기보다는 사회에 만연한 뻔한 것을 그냥 차용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냥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사회적으로 그러한 것을 좇는 것이 아주 일상적이기 때문에 나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것으로 선택해 버린 꿈에 불과하다. 그것은 꿈이 아니다. 그러한 꿈, 뻔한 꿈은 꿈이 아니다. 



   하지만 꿈을 좇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현실에서 살아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 몇 년간 내가 배운 것은 현실을 무시하지 않되 꿈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비록 지금 이 현실에서 내가 이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은 언제나 그 근저에 꿈을 염두에 둔 선택인 것이다. 현실을 무시한 꿈은 그냥 공상, 망상인 것이다. 다행이도 나는 많은 이들이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힘들었거나 받아 들이기 힘든 성향을 갖고 있었고[각주:1], 그것대로 생활을 해 왔었기 때문에 이미 충분한 나이가 든 지금도 그러한 류의 선택을 하는 것에 그리 큰 어려움이 없다. 물론 남에게 내세울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다행이도 내게 그것은 나의 꿈에 비하면 너무나도 보잘것 없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무시할 수 있다. 


   꼭꼭 숨기는 것 같아 일부러라도 말을 하자면, 나는 여전히 여러 나라를 돌아 다니면서 살고 싶다. 여행이 아니라, 직접 살아 보는 것. 내가 여행 프로를 보면 하는 생각은 저기도 꼭 살아 봐야지, 이지, 저기도 꼭 여행 가보아야지, 가 아니다. 여러 나라를 두루 걸치면서 연구 생활을 하는 것. 물론 이런 형태로를 앞으로 생길 가족을 부양할만한 자본을 축적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시스템 구축이다. 내가 만든 시스템으로부터 만들어 지는 생산물이 만들어 내는 자본의 일부를 취하는 것. 나는 언제나 일회적이고 경험적인 것 보다는 시스템에 의하여 만들어 지는 것을 추구하는지라 좋은 연구 주제를 운 좋게 잡아 좋은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연구 거리가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연구도 대부분 그런 식으로 하고 있고, 몇몇은 그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으로부터 돈을 벌 수 있는 상황도 만들어 졌다. 그 시스템은 이미 만들었고 그 제작에서 보수를 얻었지만 그것이 내 목적은 아니고 그 시스템이 유지되면서 만들어 지는 가치(돈이든 연구 주제든, 어떤 형태의 결과물)가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형태이다. 다시 말해, 평범한 회사원 생활, 평범한 연구원 생활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려면 왜 못 하겠냐만은 내가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 2년 전까지만 해도 구체적 방법 없이 이랬으면 좋겠다, 한 것이었는데 그러한 기회를 잡았고, 경험했고, 그래서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결국 내게 "지금의 현실"은 결코 꿈을 재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데 왜 미리 꿈을 지금의 현실에 의해 규정지어야 하는가? 지금 딛고 있는 이 현실로부터 꿈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 서 있는 이 불안함을 이길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면 난 누구든 그러한 길을 걸어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 길은 어차피 좀 불안하다. 몇 번 넘어지고 가끔은 뒤로 돌아 가야 할 때도 있다.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것인가, 하는 극심한 회의가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꿈을 다시금 생각해 보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졸업이 드텨지면서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았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내가 가고 싶은 연구소의 여러 곳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자리 앞에 붙여 놓았던 적이 있다. 많이 답답하다가도 그 사진을 보면 조금 더 힘이 생겼었다. 지금도, 외국의 자리 잡기 힘든데 그냥 한국의 어느 회사에나 갈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몇 번의 실패가 내게 불러 일으키는 것은 그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궁리이지 결코 그것에 대한 회의가 아니다. 



   난 나같은 태도는 결코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와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뿐더러 나와 같은 성향이 아니면 더더욱 맞지 않는 길이다. 예전같았으면 나처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겁하다 욕했겠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나와 상황과 성향이 다르다면 나처럼 할 것을 주장하는 것은 바보같은 행동이라는 것을, 그것이 비록 "이상적으로는 좋고 맞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많은 일들이 벌어 지고 있는 요즘, 나 스스로 나의 꿈을 다시금 다지기 위하여 쓴다. 




  1. 예를 들면 내가 원하는 교육에 관한 생각 때문에 성적을 거의 버리다시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대로 공부를 한 것. 많은 경우, "물론 네 말이 맞아, 하지만 그건 너무 이상적이야", 하지만, 난 그렇게 했지, 성적을 버리면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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