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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

근황

by adnoctum 2011. 11. 22.


   공식적으로는 아직은 별 일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몇 가지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것은 내년이면 어쨌든 나가게 될 것을 희망하기 때문에, 랩에서 내가 나갔을 때, 내가 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몇 가지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들이란 것이 결국은 컴퓨터로 이런저런 분석을 하는 것인데, 아직까지 사람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것들이 있기에, 그러한 것들을 정리하는 중에 있다. 물론, 겉에서 봤을 땐 별볼일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막상 하려면 쉽지 않은 일들일 게다, 뭐, 이런 게 이런 것 뿐이겠냐만.

   그와 동시에 논문 준비를 하고 있다. 큰 것이 완성되어서 큰 최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역시나, 혼자 연구하려니 쉽지는 않다. 한 곳에서는 기본적인 개념이 다른 곳에서는 전혀 기본적이지 않고, 설명을 함에 있어 커다란 어려움이 된다면 참으로 힘든 일이다. 겸손 따위는 제쳐 둔다면, 내가 이 곳에서 했던 정도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는 정말 어려울텐데, 그와 같은 필요가 생겼을 때 과연 랩에서는 어떻게 할까? 를 생각해 보면 조금 걱정은 된다만, 지금까지와 같은 communication 이라면 그런 필요가 과연 생길지는 의문이다.

   iPhone 4S 를 샀다, 드디어. 그 전에는 심지어 touch 도 되지 않는 휴대폰이었다, ㅋㅋㅋ. 고장이 나지 않았는데 핸드폰을 바꾸기는 처음이다. 하긴, 난 거의 모든 것에 있어 직접적으로 필요가 있을 때만 산다. 어쨌든, 아직 100% 활용을 못 하고 있기는 하다. Siri 도 신기하긴 한데, 얘가 내 발음을 못 알아들어서 여간 고생이다. 조금 사용해 본 느낌은, 광고가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발음의 음파를 pattern matching 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해'를 하는 정도. 구글의 음성 검색이랑은 차원이 다른 것. 언제 시간 내서 발음 연습할 겸 써 볼 생각이긴 한데, 아직 많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처음 받은 날은 심지어 알람만 설정해 놓고 잔 것 같을 정도로 요즘엔 조금 바빴다고 할까. 아, Google goggle 도 신기하긴 하다.


   약간의 불만이랄까, 그것은 랩 사람들이 내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다시 말해, 정통 생물학 하는 사람들 중 과연 내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랩 사람들만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다시 말해, 랩 사람과 나의 의사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정통생물학하는 사람과의 의사소통의 문제이고, 따라서 이 문제는 내가 그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이러한 바뀌지 않는 결론이 나를 항상 자극시킨다. ㅋㅋㅋ, 나는 계산만 하고 결론을 내는 생물정보학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니까. 실제로 실험하는 사람들, 그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서 직접적으로 상호작용 하면서 연구를 하고 싶은데, 그러고자 한다면 그들을 이해/설득/자극! 시켜야 할 책임은 나에게 있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순전히 생물정보학이나 계산만 하는 랩을 선택하지 않은 것도, 그리고 앞으로 선택하지 않을 것도, 실험을 하는 랩을 선택한 것도, 그리고 선택할 것도, 전부 내가 결정한 것이니까.


   약간의 불만이랄까, 그것은 사람들은 주로 주위 여건을 핑계로 댄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초/중/고등학교 때 어떤 선생님이 싫어서 어떤 과목을 싫어하게 되었다는 것. 내가 이러한 경우에 대해 다소 비겁하다고 느끼는 원인 중에 하나는, 아마도, 내가 선생님들에 상관없이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난 그 과목 자체가 좋거나 싫어서 공부를 하거나 안하거나 하는 부류였고, 선생님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선생님이 좋거나 싫다고 그 과목을 좋아하거나 싫어하진 않았지. 완전 독고다이, 내 방식으로 공부를 했으니까, ㅋㅋㅋㅋ. 하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선생님에 대한 호불호를 자신의 그 과목에 대한 호불호와 연관시키곤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문제의 이 경우에 있어선 내가 워낙 특이했기에[각주:1], 그런 이들에 대해 '비겁하다'라고 말하긴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한다, 매우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친구들까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몇 번 본 이후로 그런 문제는 한국의 교육 여건 상 일반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는.
   하지만, 그 이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가만 보면 많은 이들이 주변 상황을 핑계로 자신의 나태함이나 소극적인 행동을 변호하려 한다. 이래서 안되, 저래서 안되, 그건 어쩔 수 없어, 등등등. 하지만, 바로 그 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를 자신에게 더 물어 본다면? 그러니까.
이것 때문에 안되. 그러면 그것을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어느 날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는 것처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와서, 랩미팅에 안 들어가고 자리에서 이것저것을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왜 안 들어 오냐 하기에, 뭐, 들어가서 말해도 얘기도 안통하고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말하고 있자니, 결국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고 자극시켜야 할 사람은 바로 '나'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좀체 안 그러려 하긴 하지만 역시나 남탓/환경탓을 하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하긴 하다, 가장 흔하게 범하는 잘못이기도 하고.

   얘기가 구불구불거렸는데, 저녁 9시에 잤더니 역시나 새벽에 깨서, 막차인 2시 40분 차를 타고 랩에 나와서 오랜만에 써본다, 조용한 새벽에.

  1. 이 문제: 주위 여건을 핑계로 드는 문제. 이 경우: 학생 때 선생님을 핑계로 과목을 못 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자신을 변호하는 경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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