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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관련/연구생활

낙담을, 조금만 하려구

by adnoctum 2011. 5. 7.


   틀린 것 까지는 아닐지라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의미있다는 결론을 접했을 때. 이것저것 더 해 볼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프로 그렸을 때 확연히 차이가 나게 나왔으면 더 좋았으련만, p-value 가 0.0001 보다 작게 나오긴 하지만 (그리고 이 값 자체도 over-estimation 된 것이라는 것이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좀 많이 다르게 나와서, 비록 '이게 의미가 있는 건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음... 어쩌면 내가 너무 높은 기준을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의미는 있는 것인데, 난 90%도 아니고 100%를 원했으니...

   이런 적이 이번 만은 아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객관적으로는 의미있는 것에 대하여 나는 좀 가치를 깎아 내리려 하는 경우. 이런 것은 내가 하는 것에 대하여 더더욱 심해지지. 항상, 내가 하는 것에 대하여 '과연 맞는가?' 하는 의심이 떠나질 않거든. 그래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꽤나 많은 test 를 통과해서 매우 기대가 컸었고, 그래서, 무려 0.0001 보다 작은 p-value 에도 만족을 못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난 그리고 문제를 좀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질구레한 것까지 다 맞아야 하고,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 고등학교 때 화학경시대회 나가서, 이상기체의 개념을 응용한 문제를 풀다가, '잠깐, 그럼 이 파이프의 부피는 이 공간에서 빼줘야 하는 건데, 이게 조건에 없잖아?', 하는 생각을 했었지. 그런 경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 다음은 예전에 같이 연구하던 누나와 나눈 대화 몇 쪼가리. (분홍색이 내가 한 말. 난 메신저에서 남과 내가 한 말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 항상 글자색을 변경한다)








   위보다 더 적합한 대화가 있는데 찾지를 못하겠다. 적당히 fitting 된 그래프를, 나는 안 맞았다고 죄다 빼버렸는데, 교수님하고 저 누나는 그것을 보더니 이거 잘 맞았는데 왜 뺐냐고... >.<""" (근데, ㅋㅋ, 어찌 보면 이런 것만 해도,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 라고 얘기하고 넘어 가면 되는데 일일이 대화까지 찾아서 넣는 것 보면 이 성향은 알게모르게 상당히 많은 곳에서 티가 나는 것일지도... -.-)



   흠.


   뭐, 사실, 연구하다 보면 잘 안 될 때가 어디 한두번인가. 예전 랩후배 하고는 관련 논문 신나게 검색하고 제일 마지막에 한 말은, "야, 이거 사람들이 이미 다 했다. 가서 밥이나 먹자." 였었지, ㅋㅋㅋ.


   내일의 랩미팅에서 내가 약간의 기대를 하는 것은, 바로 이렇게 내가 약간 무의미한지도 모르겠다고 하는 것에 대하여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것. 교수님과 랩사람들에게서 힘이 되는 말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방에 오기 전만 해도, "너무 잘 맞으면 오빠가 한 걸 잘 안 믿을 껄요. p-value 도 그렇게 작고, 그래프도 그 정도면 충분히 좋은 거죠.", "왜? 무슨 일이야? 정설, 사기치려 했구나?", "ㅋㅋㅋ, 사기좀 쳐보려 했더니 잘 안 되네요", 란 대화를 했었지. 내일 랩미팅과는 별도로 약간의 사람을 더 만나 얘기를 좀 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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