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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노을과풍경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by adnoctum 2011. 3. 7.


   이소라. 함께 한 시간들을 서로 다른 추억으로 가슴 속에 묻으며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 간다. 때때로 그 과거의 진한 향기가 아직 남아 나를 잡아 이끌 때면 한숨이 함께 하고, 빈 곳으로 남아 있는 그 자리는 이따금씩 떠오르는 아련한 기억들만이 아무렇게나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잊혀지고 나는, 우리는 서로 다르게 추억을 간직한 것처럼 다른 곳을 향하여 각자만의 발걸음을 옮긴다.

  


   건드려지지 않는 아픈 기억이 되어 잊혀지던 것들을 마구 뒤흔들어 놓는 이소라의 목소리는 가슴을 짖누르고 눈시울을 적신다. 더구나, 쉽게 쓰여지지 않았을 가사 한 소절소절이 또다른 기억들을 되살려 내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때면 다시금 노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만약 저 노래를 최백호나 장사익이 불렀다고 해도 충분히 가슴 먹먹하게 다가왔겠지만 이토록 아리지는 않았을테지.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이 쓸쓸하고 처량맞은 신세를 떠오르게 해서 슬픔이 묻어 난다면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는 각론은 달라도 결국은 하나로 수렴하는, 저마다 갖고 있는, 바람결에 흩어져버린 애잔함들을 떠오르게 하면서, 아직 슬픔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gloomy sunday 의 OST들은 왠지 모를 암흑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듯한 우울함인 것에 반해 바람이 분다는 결국은 이별의 슬픔이기에 과거로 묻혀버리게 될 아픔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슬픈 일이지만 버리고 갈 수는 없는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게 되는, 그런 기억에 관한 이야기. 더 어떤 말을 하고 싶지만, 이미 써 놓은 것들조차 노래에 대한 무례를 범하는 것같아 여기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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