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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여행/런던(2008)-학회

다섯째 날 강연

by adnoctum 2010. 7. 19.


2008년 3월 29일 토요일 - 다섯째 날 강연


2008 3 29일 토요일 오후 8 50 (한국 시간: 2008 3 30일 새벽 5 50)


  오늘 세션은 circadian rhythm과 발생에 관련된 것으로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분야였다. Hiroki Ueda라는 일본인이 좌장이었는데, circadian rhythm에 대해 introduction을 하였다. 나는 여태까지 circadian rhythm을 단순히 아침에 일어 나는 것과 잠자는 것 정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어떤 약물의 경우 특정 시간대에만 더 효과가 있는 등 circadian rhythm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 몸을 조절하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 강연은 photo-stimuli를 시각신경에서 직접 받아들이는 suprachiasmatic nucleus에서의 circadian rhythm에 관련된 모델링이었다. 두 번째 강연은 Hiroki Ueda의 발표였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생체 주기 리듬이 망가지는 것의 원인을 밝혀 내는 것에 관한 실험이었다. circadian rhythm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단백질을 GFP-fusion시킨 후, 시간에 따라 발현되는 패턴을 여러 세포를 한 field에 놓고 영상을 만들었다. Arrhythmeia가 일어나는 기작에 대한 두 가지 가설이 있었는데, 하나는 기억이 안 나고, 또 다른 하나는 circadian rhythm에 관련된 gene expression synchronization이 망가진다는 것이었다. 어느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잘 sync가 되어 있던 세포들에 비정상적인 광자극을 주자 sync가 망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따라서 두 번째 가설이 맞다는 것을 세포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한 circadian rhythm에 관련된 유전자와, 그것들을 조절하는 transcription factor, 또한 그  transcription factor를 조절하는 단백질 중 circadian rhythm과 관련된 것들의 관계를 살펴 보았는데, 아침에 활성화되는 단백질이 가장 중요한(많은 연결을 갖는)다 는 사실을 알아 내었다고 한다. , 아침을 제대로 맞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세 번째 강연은 크리스 홍이라는 한국 사람이 하는 것이었는데, Neurospora crassa라 는 곰팡이 종류에서의 circadian rhythm에 관련된 연구였다.



   네 번째 강연은 temperature adaptation에 관련된 것으로, 많은 생체 반응들이 온도에 의해 속도가 조절되는 반면 circadian rhythm은 온도와 무관하게 조절된다는 것에 대한 모델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수식을 일일이 설명하고 넘어간 아주 지루한 강연이었다.


   오늘의 첫 번째 세션은 다른 날과 달리 4개의 강연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오후 세션은 발생에 관련된 것이었다. 중간에 뜬금없이 이미징에 관련된 강연이 하나 있었는데 발생하는 과정을 엄청 빠른 속도로 찍을 수 있는 등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발생 세션에 있었던 것 같다. 그 이외에는 Bicoid에 관련된 것이 몇 개 있었는데, Thomas Gregor라는 사람이 noise와 발생에 관련해 발표를 했는데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들었는데 사람들이 매우 많은 질문을 하였다. abstract에 따르면 이 사람이 발표한 것은 기존의 생각과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아마도 그래서 여러 사람이 많은 질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사람은 Bicoid의 양과 Hunchback gene expression되는 정도를 scatter plot으로 그린 후, 그 둘간의 관계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포함되도록 초파리가 구성되어 있는지를 연구한 것이었다. 발 표자 자체도 매우 말을 잘 했고 연구도 매우 재미있었다. Shannon information theory에서 정보의 양에 대한 수식을 가져온 후, 실험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값을 이용하여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수식을 만든 후, 직접 실험값을 그 수식에 대입함으로써 생체가 어느 정도로 효율적으로 구현되어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즉 정보의 양이 1.7 bit 일 때가 최대로 효율적인 것인데 Drosophila의 경우 1.5 bit 로 계산이 되어, 80%의 효율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는 굳이 이것을 bicoid hunchback 으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도 적용하여 과연 transcription factor에 의한 target gene regulation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발생에 관련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 것으로 길었던 모든 세션이 끝이 났다.

 



  오늘은 아침 세션이 9시 반에 시작한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도 한 시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영 국와서 처음으로 매우 화창한 날씨였기 때문에 centre를 돌면서 사진을 찍기로 마음을 먹었다. 햇살은 맑게 빛나고 있었지만 바람이 꽤 많이 불었고 기온도 조금은 쌀쌀했다. 하지만, 역시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로 그런 날씨였다. 주변에서는 온갖 종류의 새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엊그제 해질 무렵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은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특히나 오늘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은 편안히 쉴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었다. 오전 세션과 오후 세션을 모두 듣고, 잠깐 쉬었다가 저녁을 먹었다. 저 녁은 정식이 나왔는데, 스테이크가 부드러워서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역시나 젓가락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운 음식이 먹고 싶은 것도 아주 조금은 있지만 그보다 젓가락이 아닌 포크로 밥을 먹으려니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스위스에서 온 스웨덴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내년 정도에 외국으로 나가고 싶다고 하니, 독일이나 프랑스같은 곳에서는 영어가 전혀 불편하지 않지만 북유럽 쪽은 영어보다는 그 나라 말을 더 많이 사용하므로 조금 불편할 수 있다는 말을 해준다. 또한 ETH라는 대학이 좋다며 그 곳도 좀 알아 보라고 한다. 다시 숙소로 돌아 와, 바 뀐 여행 일정에 의해 예약해 두었던 호텔을 취소하고 여행 코스에 알맞는 호텔을 다시 예약할 것을 상의한 후 그렇게 하도록 하였다. 짐 을 들고 애써 이동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까. 이렇게 학회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이제 내일 아침을 먹고 떠나는 일만 남았다.


 

  뭐 그리 바쁠까. 무어가 그리도 급할까. 한 순간의 게으름이 아니라면 세상사 그리 바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미 리미리 조금씩 해 놓는 것, 말이야 쉽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우리는 항상 서두르게 되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그것이 큰 책망거리는 아닐 것이다. 인 간사, 어디 말처럼 딱딱 떨어진다면야 얼마나 쉽겠는가. 그렇게 서두르다가도 잠시 마음을 비우고 앉아 쉴 수 있다면. 장담하건데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과 시간 사이에 숨어 있는 한가로움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무리 바쁜 시간이라 하더라도, 차분한 마음이라면 마치 대평원에서 두 팔 벌리고 부는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서 있는 것처럼 잠시 동안만이라도 쉬는 것을 못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나. 그 렇긴 해도,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겠지, 다 른 모든 것처럼.



  반복되는 일상 곳곳에도 벤치는 제 자리를 차지하곤 한다. 내 가 만약 이 곳에 있었다면 저 많은 벤치 모두는 언젠가 내가 한 번은 앉아 이런저런 상념을 하며 얼마간을 보낸 적이 있는 곳이 되었을 것이다. 누군가와 심각한, 사소한, 수준 높은, 하찮은, 재미있는, 의미심장한, 치열한 이야기들을 하며 보냈을 수도 있고. 그 때, 옆에서 오리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물 위를 하염없이 떠다닐 수도 있겠지. 그러면 나는 조금은 멋쩍어질지도 모르겠다. 괜 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을 불연듯 깨닫게 된 것처럼, 산다는 게 뭐 별거 있겠나.




벤치. 저기에 앉아 누가 어떤 얘기들을 했을까? 뒤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있고, 앞에는 작은 호수를 두고 있는 벤치가 마음에 들었다. 사진에서는 약간 오른쪽에 있는 벤치. 하지만 정작 이 때는 추워서 앉아보지도 못했다.

EMBL-EBI 앞의 벤치.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그 앞에 벤치가 있었다. EMBL은, 물론 여러 군데 있겠지만, 이 곳에 있는 것은 건물 하나인 듯. 잘은 모르겠다. 하여튼 그 많은 서비스와 프로그램, DB 등을 만들고 관리하는 곳 중 일부가 저 곳이라니, 좀 신기했다.




  한적하게 놓여 있는 벤치. 언제나 차분함이 느껴진다. 수백명을 뚫고 앞으로만 달음박질하는 것같이 달려갈 때에도 커다란 나무 밑에 한적히 놓여 있는 벤치를 보게 되면, 왠인일지 그 곳에 가서 나를 둘러 싸고 있는 초조함과 괜한 걱정들을 조용히 날려 보내야만 할 것 같다. 아니, 그 벤치에 앉아 있으면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될 것만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어디를 가나 편안히 앉아 쉴 곳이 있는 곳을 매우 좋아하고, 그런 곳이 나오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 잠시동안만이라도 앉았다 가곤 한다, 서울이건 어디건, 심지 어 외국에서도. 많이 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면 여유롭지 못할 것 같아 하지 않고, 더군다나 언젠가 최소한 한 번은 더 이 곳에 올 것이란 생각을 어디를 가나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 여행을 나간다 하더라도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앉아서 조금은 상념에 잠겼다 가곤 한다. 뭐 그것이 단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난다 치더라도 후회는 없다. 살면서 장담할 수 있는 것도 그리 많지 않고,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루며 살 수도 없는 것이니까, 그냥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는듯 하게 썼기 때문에 못 보게 된 세계 여러 곳들은 그냥 아쉬움이라는 단어 속에 조용히 접어 두는 수밖에.



  요 근래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생활을 한 것 같다. 비록 담배를 피우면서 보낸 시간들이긴 하지만. , 이 번 기회에 담배를 좀 끊던가 줄이던가 해야겠다. 그냥 그렇다. 찍 은 사진들을 넣고 더 길고 하염없이 글을 쓰고 싶지만, 왠일인지 피곤하기에 여기서 그만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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