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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타인

by adnoctum 2006. 11. 29.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주제는 타인에 관한 것이다. 벌써 이 주제에 대해 쓴 글이 서너개는 되는 것 같다.


누군가가 쓴 글의 쪼가리를 읽고 마치 그를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오만하고 건방진 행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좀처럼 위로의 말을 하지 못한다. 설령 그것이 빈말임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단지 그 말을 전할 수 있는 정도의 관심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누군가의 불행에 대해 단지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은 마치 너의 불행을 모두 이해한다 라고 하는 것 같아 싫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면 왠지 내가 그의 불행과 고민을 모두 짊어지고 가야 할 의무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비록 그 누구도 나에게 그런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불행에 대해 좀체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단지 그에게 불행이 있었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아주 간접적으로 살짝 표현할 뿐이다. 그나마 이 정도가 내가 익힌, 대인관계에 필요한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우리는 결코 타인이 될 수 없다. 결코 타인을 이해하고, 그의 불행과 느낌, 생각, 감정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타인에 대해 판단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남 흉을 보는 사람을 흉을 보지는 않지만 좋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2006년 11월 30일 오후 1시 27에 추가.
그래서 난 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저 사람은 좀 이상해." 하는 류의 말들. 취향이나 사고 방식이 조금 달라도 되는 것이지, 마치 그것이 옳고 그름의 선상 위에서 그른 것으로 넘어간 것 처럼 대하는 그 태도들. 좀 특이하다거나 괴짜라거나 하는 것들. 우리는 결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취향이나 삶의 방식에 있어 서로 다른 것 뿐이지 그것이 이상하다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다.

마치 세상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누구나 똑같은 사고 방식을 갖고 있고, 똑같은 것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돈과 명예, 좋은 직장, 좋은 학교, 예쁜(멋진) 아내(남편). 그리고, 이미 세뇌되어버린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세상에는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누구든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괴짜 취급을 받는다.

도 닦으세요?냐고? 넌 돈이나 닦고, 남들의 부러움이나 구걸하며 살아 가세요. 쳇. : 딱 요런 말을 해야 한단 말이지...

 

 

ps. 가장 강력한 세뇌는, 나는 세뇌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이건 원천봉쇄의 오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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