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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머리는 어디에 써야 하는가 - 컴퓨터의 한계

by adnoctum 2010. 5. 26.

2007-10-03 13:54


"What if?"
"생각할 수 있다면, 상상하라."
- 어느 광고 문구였던 듯.

인간의 머리는, 창조적인 일을 하는데 써야 한다. 단순히 단편적인 사실들을 기억하는 것이라면 인간의 머리 대신 컴퓨터가 훨씬 뛰어나다. 창조적이지 않은 곳에 머리를 쓴다는 것은, 단순히 메모장만 필요한데 200만원 짜리 컴퓨터를 사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로봇이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나? 캔버스에 아름다운 걸작품을 남길 수 있어?"
"당신은요?"
- 영화, I, Robot 중에서.


학부 때, 컴퓨터 학과 부전공을 하는 친구가 인공지능 수업의 프로젝트를 한다며 컴퓨터가 자동으로 하는 테트리스를 만든 적이 있다(첨부 파일). 테트리스 골격은 내가 예전에 만든 것을 쓰고, 컴퓨터가 스스로 하는 부분만을 그 친구가 만들었는데, 나도 재미삼아 컴퓨터가 오목을 하는 것을 만들려고 했었다.


컴퓨터가 오목을 두게 프로그래밍을 하려다 알게 된 것은, 그냥 내 눈 앞에 보이는 일반 사람 개개인이 너무나 대단하다는 사실이었다. 생각을 하다니! 컴퓨터는 결국 논리의 노예로 인간이 정해 놓은 방식을 뛰어 넘지 못한다주1). 그런데 사람 개개인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사람과 컴퓨터의.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 뿐이다. 윈도우즈에서 프로그래밍을 할 때, WM_MOUSEMOVE 이벤트 handler를 작성하면서, '아니, 마우스가 움직일 때마다 이 일을 해야 한다면 좀 힘든 게 아닐까?' 하지만, 막상 해 놓고는 컴퓨터의 그 빠른 처리 속도에 놀라곤 한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은 알지도 모르겠는데 - 난 조카들하고 놀면서 느꼈는데 - , 어린 아이가 언어를 배워가는 것을 보면, 정말 놀랍지 않은가! 어떻게 저렇게, 적절한 위치에 그 단어를 적당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을까? 모든 부모는 아이가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자신의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란 생각을 한번쯤은 해본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컴퓨터는 절대 그렇게 못하거든.


기억, 정확하게 하는 것, 빠르게 하는 것. 만약 현재 머리를 이런 용도로만 쓰고 있다면, 슈퍼 컴퓨터를 갖고 있으면서 인터넷만 하는 꼴이다. 저런 일은 우리 집 창고 어느 구석에 있는 10년이 넘은 컴퓨터도 우리 머리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What if?"
"생각할 수 있다면, 상상하라."


ps. 그래도 그런 건 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영어사전 찾는 것이 정말 귀찮아서, 어떻게 하면 빠르고 편리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전자수첩? 우선 갖고 다니는 것도 불편하고, 베터리도 있어야 한다. 궁리 끝에, 머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냥, 영어 단어를 최대한 기억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아무것도 없어도, 내 머리만 있으면 되니까. 그래서 영어사전이 항상 책상 밑에 있었고, 졸업할 때 버렸다, 다 헤져서.



주1) 유전자 알고리즘같은 것은 어찌 보면 사람이 지정한 범위를 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닌 것 같다. 결국 모든 space를 탐색하지 못하니까 특별한 sampling 방법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simulated annealing이나 support vector machine같은 것도 결국은 사람이 만든 알고리즘에 의해, 사람이 손으로 하면 무지막지하게 오래 걸릴 일을 컴퓨터가 빠르게(그러나 아주아주아주 빠르게) 해 준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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