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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노을과풍경

겨울 냄새

by adnoctum 2014. 10. 28.




   이미 겨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맡을 수 있다. 숨을 내뱉었다가 한껏 코로 들이 마시면 그 상쾌한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저녁에 그렇게 하니 상쾌함이 조금은 사라진 듯 했다. 필시, 그 상쾌함은 기온에 의존적인 것은, 따라서, 아닌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저녁이 기온이 더 낮으니 저녁에도 상쾌하게 느껴졌었겠지.


   점심을 먹으로 갈 때면 많은 나무를 지나쳐 가야 하고, 이미 노랗게 단풍 든 은행 나무가 있으니 가을이 지나감을 시시각각 느낄 수 있기도 하려니와,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흩나부끼는 낙옆에서도 역시 이미 가을이 많이 지났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 요즘엔 아침(?)에 나올 때 다소 기분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 몇 달은 약간 고달픈 시간이었다. 잠시동안만 있을 요량으로 들어 간 고시원에서 몇 달을 더 보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지내야 했다. 좁은 것은 둘째치고, 뭔가 상쾌하지 않은 공기 때문에 고시원에 들어 가기 싫어서 이틀에 한 번씩만 들어 가는 생활을 한 달 정도 하면서 피로가 쌓여 갔었다. 그 이외의 몇 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그 때 들었던 생각은, 겨울이 오면 반드시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것. 기대인지 뭔지 모를 그러한 느낌은 대체로 맞아 요즘은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난 이것을 괜히 내가 좋아하는 겨울이 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나는 여전히 많은 단점을 갖고 있는 불완전한 한 인간임을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잘 하는 것들이 있으니 그럭저럭 살아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매너리즘이나 슬럼프 - 이 두 단어에 적합한 우리말은 무엇일까? - 같은 것이 아니라, 뭐랄까, 굳이 서두를 필요를 느끼지 않아 편하게 살고 있는 사람의 팔자 좋은 게으름에 의한 잡념이라고 할 수 있을, 그런, 인생에 대한 나름의 고민, 이랄까. 그러한 것이 고민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요즘, 그래, 어쨌거나 이렇게는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많은 꿈을 꾸고 그 대다수는 요원하지만 신기하게도 몇몇은 어느 정도 실현이 되고 있으니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고 하면 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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