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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여행/일본(2013)-여행

다시 찾은 일본

by adnoctum 2013. 4. 3.




   오랜 만이다. 이런 식으로 떠나 온 것이. '떠나자' 생각한지 48시간이 안 되서 일본 땅을 밟았다. 백팩 하나 메고 떠났다. 공항에 사람이 적기도 했거니와 이번 부터 시작된 모닝캄 회원 자격을 좀 써먹자 하니 공항에 도착한지 5분도 안 되서 표를 받을 수 있었다. 마치 무슨 고속버스 표 받는 것 마냥. 기내에서 잠깐 졸았는데 벌써 도착이다. 오기 전 최소한으로 한 것은 호텔 예약과 여행객용 열차권 정도였기에, 도착 후 우선 kansai wide pass 라는 것을 구하기 위해 탐색을 했다. 표 사는 곳이라 된 곳에 가서 좀 둘러 보자니 그것은 없는 듯 해서 직원에게 물어서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환전을 2만엔만 해 왔는데 그 표가 7천엔이라서 갖고 온 돈의 절반 정도를 써버렸다. 현금은 최대한 쓰지 않는 방법으로 해야 일주일을 견딜 듯... 


  그러고 보면 진정한 충동, 무작정 여행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우선 호텔을 예약했고, 표를 검색했고, 현금이 부족해 질 것 같자 한국계 은행들의 오사카 지점 위치를 핸드폰에 저장해 놓았다. 외국 ATM 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했던 카드가 학생증이었는데 이젠 사용을 못해서 통장의 돈을 뽑을 수가 없다. 오늘 불연듯 든 생각은, 정말로 현금이 떨어지면 한국인 관광객 붙잡고 사정 얘기해서 돈을 좀 꾼 다음 한국 가서 준다고 해야겠다, ㅋㅋㅋ. 공인인증서와 은행보안카드가 들어 있는 usb를 두고 와서 여기선 인터넷 뱅킹도 못한다. 여하튼, 몇 가지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해 놓았는데, 누군가는 이게 대비냐고 할지도 모르지, ㅋㅋ. 숙소를 두 곳에 나눠 예약한 이유는 숙소의 질을 알 수 없어서였다. 한 곳만 해 놓았는데 별로 안 좋으면 계속 머물기 어려울 테니, 두 군데로 해 놨다. 봄철이라 하나비(꽃놀이) 때문에 교토 근처의 모든 숙소가 예약이 끝나는 듯 해서 좀 먼 곳에 잡고, 후반부는 오사카 근처에 잡아 놓았다. 


   목적은, 교토의 철학자의 길을 걷는 것이었다. 떠나기 전에 가진 유일한 목적이다. 오늘은, 그런데 교토 지역 날씨가 안 좋다 하여 충동적으로 결정한 아라시야마를 가기로 하고, 철학자의 길은 날씨가 좀 더 놓은 내일 갈 예정. 그리고, 내가 산 표로는 철학자의 길까지 가기가 좀 어려워 결국 한 시간 이상 걸어야 하기에, 힘든 일정을 내일로 잡아 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라시야마에 가니 해가 가끔씩 나는 가운데 빗방울이 계속 한다. 구름이 거의 계속 있는 중에 바람도 많이 불어 좀 춥기까지 했다. 대부분이 일본인들이었고 서양인들이 한 1~2%, 한국인은 딱 한 팀 보았다. 아마도 아라시야마는 일본인들에게도 관광지인 듯. 어슬렁 거리면서 대략 두 시간 정도를 보내고 교토 역으로 와서 점심인지 저녁인지를 먹고 할 일이 있기에 일찍 숙소로 들어 왔다. 그 때가 대략 5시 정도였던 듯. 아, 숙소 앞의 역에서 내려 숙소 근처에 뭐가 있나 좀 둘러 보고 호텔로 들어 왔다. 


   내일은 드디어 교토의 철학의 길을 간다. 아마도 교토대에 들어가서 일좀 하다 오지 않을까 싶다. 걍 그 곳 학생인 것처럼 하고 도서관이나 어디 앉을 자리 찾아서 일좀 해야지, ㅋ. 요즘 별로 안 걸었더니 좀만 걸어도 많이 피곤하다. 내일도 서너시간은 걷게 될테니 중간중간 쉰다 생각하고 교토대에 좀 있어야 겠다. 





   충동적이긴 했지만 계기는 있었고, 계기는 있었지만 그것이 목적이 되진 않았다. 그러니까, 여행의 목적이 그 계기를 해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한 2-3년 전에도 거의 이런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아직 전문연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국 포기를 해야만 했다. 학과장님 도장을 받는 단계에서 나의 목적지가 외국이라는 것이 알려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아도 되었고, 그래서 걍 강행했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기 전까지, 과연 잘 하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전부 되돌릴 수 있다,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었다. 보안검색까지 전부 받고 들어가 기다릴 때, 비행기 안의 내 자리에 앉아 이륙을 기다릴 때조차도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수도 없이 자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반사적이라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떠나 오는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과, 잘 하는 것인지, 아니, 심지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괜한 충동에 돈낭비만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리고, 지금도, 과연 이게 잘 한 것인가, 무엇 때문에 잘 한 것인가, 묻는다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되돌아 가지 않은 것은 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