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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세상바라보기

전체와 부분

by adnoctum 2011. 2. 13.


   학부생들 구두시험을 보았다. 나 역시 조교 중 한 명이었는데, 아이들의 대답을 듣고 있다 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잘 모르기 때문에 닥치는대로 외워버리는 아이들이 보인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있는 아이, 어디서 말은 들어 보았기 때문에 문제가 묻고자 하는 핵심과는 상관없는 것에 대해 자신이 이만큼은 알고 있다고 애써 말하는 아이 등등. 물론 나는 이런 아이들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의도는 없다. 단지 아이들이 아직 큰 그림을 못 보고 있기 때문이니까.

   많은 것이 그렇다. 우리는, 커다란 그림을 그려 놓고, 구체적인 것들을 그것에 꿰어 맞추는 식으로 살아 가고 있다. 만약 그러한 것이 없다면 그때그때 땜빵질 된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오대수. 오늘도 대충 수습하고 사는. 한가인 코, 김태희 입 등등을 모아 놓은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듯이 전체적 맥락 없이 모아 놓은, 개별적으로는 멋진 것들의 집합 역시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그렇듯, 누군가를 이해하고, 파악하고,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의도를 눈치채고, 할 때도 이 방법은 통한다. 그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행동 하나하나는 의미를 갖는 것일 뿐이다. 어떤 이들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제채기하다 튀긴 가래가 땅에 떨어진 것을 갖고 그의 도덕성을 나무라고, 어떤 이들은 길가다 넘어진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며 못된 생각을 하는 아동성범죄자를 칭송한다.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 이들의 삶 역시 유추가 가능한 것이, 어떤 커다란 목표나 삶의 궤적이 정해지지 않은 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득을 위해 그때그때 자신에게 유리한 행동을 하는 식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것.

   우리의 리명박 가카는 잘하는 것도 잘못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보이는 많은 것들을 그것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의 전체적 맥락, 정치적 배경, 국제정세, 경제상황 등등을 될 수 있으면 많이 고려해서 해석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보수언론의 한두가지 맞는 말과 야당의 한두가지 틀리는 것을 가지고 여당진리 야당거짓을 외치곤 한다. 그런 이들의 사고방식 또한 파악된다.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모르기 때문에 무엇을 듣고, 배우고 익힐 때도 엉망진창 뒤죽박죽이다. 중요하지 않은 몇 가지에 촛점을 맞추느라 정작 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유가상승 때 환급받은 얼마의 돈 때문에 정부를 서민정부라고 칭찬할 뿐이다. 불행한 일이다.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하고 있으면, 혼동이 되고 뒤죽박죽.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곧 수학. 그리고, 그로부터 말과 글 역시 개념이 뒤죽박죽, 주장이 엉망진창으로 얽히게 된다. 내 독해력이 그리 부족한 것은 아닌데도 끊임없이 나의 독해력을 의심해야 하는 글들이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글들. 아마도 그것은, 나의 미약한 독해력 + 글쓴이의 난잡한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안된다. 개념을, 주장을, 생각을 잘 조직화하고, 전체적으로 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끝.

원본 작성일 : 2010-12-11 17:03
미몹백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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