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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관련/연구_생각

분석적인 사람이 조심할 점에 대한 소고

by adnoctum 2011. 1. 8.

- 적당한 곳에서 끝내도록, 뒤죽박죽이 되지 않도록
- 종합적 능력도 병행해서
- 따지지 않도록


   '분석적'이란 '왜' 그런지를 파고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유나 원인을 찾아 내려는 태도. 작은 공식 하나도 외우지를 않고, '왜 이 공식이 성립하는거지?'를 묻거나, 'A는 B다'와 같은 언급에 대해 '왜 A가 B이어야 하는데?'를 묻는 태도. 이런 경우 단순암기에 의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 내기 때문에, 시간은 좀 늦어도, 배워야 하는 것이 어려울 수록 더 잘 적응하는 것 같다.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어려울수록 더 잘 해결하기도 하는 듯.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종종 너무 파고 들어갈 때가 있다. 왜 그럴까? 에 대한 몇 단계의 대답이 주어진다고 해도, 결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한 태도는, 배울 때는 좋다. 그런데 특정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에서는, 문제의 해결에 필요한 정도에서 멈추는 것도 좋다. 물론, 근본적 물음의 제기가 아주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이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별로 되지도 않으면서 그 답변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때는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것이 좋다.

   또한 어떤 경우는, 그 대답을 알기엔 아직 배경 지식이 많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 때도 적당히 멈추는 것이 좋다, 단, 그에 필요한 배경 지식이 충족되면 언제든지 그 문제로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유기화학을 배울 때 벤젠의 구조에 대한 일정한 설명에 의문을 품은 나는 교수님께 찾아가, 책에 나와 있는 설명은 단지 모델일 뿐이고 난 좀 더 근본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고 하자 교수님께서는, "고급유기화학에 가면 hyperconjugation 으로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직 그것을 이해하긴 학생이 부족할 것 같다."란 답변을 해주셨고, 나는 의문이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만족했다.

   나같은 경우, 문제에 항상 너무 근본적으로 접근하다 그만 혼돈의 도가니에 갇혀 버리곤 한다. "너무 깊이 파지 마. 혼자 구덩이 깊이 파서 거기 갇혀 못 나오지 말고, 적당히 해."라는 말을 자주 듣지...>.<" 그렇다, 분석적이라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이런 경우, 그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접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적절히 판단하여 일정 선에서 끝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에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와는 상관없이 우주의 근본 원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그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하더라도 여러 의문점과 그 해결책들이 서로 뒤엉켜 뒤죽박죽이 되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종종 겪는 일...). 그러니, 적당한 선에서 끝맺을 줄 알아야 하겠다.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종종 다른 사람에게 따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게 나왔을 때, 왜 늦었는지 '그냥' 궁금해서 묻는데 친구는 '너 왜 늦었냐? 늦은 너가 잘못한 것이다'처럼 오해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적당한 '말투'로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그냥 묻지 않는 것도 좋겠다, 굳이 왜 늦었는지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면. 특히나 자신보다 윗사람과 대화할 때 이런 태도가 문제가 되곤 한다. "그래요? 왜 그러지?" 내가 자주 이러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물음이 다소 예의없이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 나는 말끝에 "희안하네" 또는 "신기하네"를 덧붙여, 그냥 내가 좀 신기하게 생각해서 그 원인을 알고 싶다는 의도를 좀 더 명확히 나타내려고 한다.


    분석적 태도는 하나의 상황/사태를 작은 것으로 분리하여 각각을 면밀히 살펴 본 후,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취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종합적 태도는, 언뜻 보아선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여러 사실을 종합하여 보다 좋은 해결책, 또는 관점을 제시하거나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분석적 태도와 종합적 태도는,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상보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분석적이기만 하면 '나무'만 보고, 종합적이기만 하면 구체적이지 못하고 별로 실현가능성이 없거나 공허하게 된다. 분석적 능력만 뛰어날 경우, 각각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것들이 어떤 연관관계를 갖고 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 내는지를 모른다. 반면 종합적이기만 하면, 구체적 사실들 없이 그저 뜬구름잡는 식으로, 다소 뻔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이 두 태도를 적당히 조절해서 사용해야 한다.



ps. 대체적으로 일정 정도는 분석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 글은 분석적 태도가 좋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너무' 분석적이면 안 좋으니 적당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감각을 키우자는 뜻이다. 요즘 나의 연구 태도를 뒤돌아 보면서 우선 정리된 내용..

2009-02-24 19:25
미몹 백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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