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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

가을의 어느 날

by adnoctum 2010. 11. 8.

   엊그제 거실에 누워 잠을 자려 했을 때, 또 그 느낌. 갑작스럽게 찾아 왔지만 낯설지 않은 그 느낌. 인생은 한 번 밖에 살 수 없다는 느낌. 그 느낌은 언제나 나를 가슴 벅차게 한다. 단지 이렇게 머릿 속으로 이러한 내용을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가 왠지 모르게 온 몸을 감싸돌아 모든 곳에서 동시에 몸을 채우는 느낌. 그리고, 생각은 기억과 상상이 혼합된 공간을 거닐게 된다. 전혜린이 독일에 처음 발을 딪던 날 맞았던 그 날씨에, 어느 소설에선가 읽은 것 같지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 그 어느 때와, 어렸을 때 한 번은 있었던 것 같은 풍경, 그 풍경, 인적 드문 어느 골목길에 저 멀리 누군가가 깃을 세우고 고개를 숙이고 큰 걸음으로 서둘러 추위를 피해 어딘가로 가고 있고, 그리고, 난 다소 멈추진듯한 모습으로 이 풍경을 저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듯한 그런 느낌. 왜 이 느낌이 이리도 자주 나타나고,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이 혼합될 때면 전형이 되어 나타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소 쓸쓸한듯한 이 모습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에서 경험했었던 어떤 즐거움 또는 설레임 때문인 것 같은데, 분명 그런 경험을 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특정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아서, 아마도 그 일상이 결코 기억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어느 날의 경험이 나도 모르게 깊게 흔적을 남긴, 그런 일상이었겠지.

   오늘은 오후가 되자 날씨가 꽤 추워졌다. 새벽에는 천둥번개를 치면서 비도 세차게 내리기도 했는데, 오후가 되니 하늘이 맑아졌고, 저녁이 되어 어둠이 깔리자 이제 더욱 선명해진 늦가을의 하늘이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 뒤에 알 수 없는 몇 개의 별들. 이렇게 또 시간이 가고 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고맙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기에 지나 보낸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짙어지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 그리움 속에 배어 든 많은 기억들...

   쌀쌀한 날씨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기분 좋은 날들이다.





   pipeline을 꽤나 복잡하게 구성해 놓았다. linux와 windows, cgi 를 넘나들면서 진행이 되는데, 오랜만에 다시 사용을 하려 하니 web server가 돌지 않는다. 딸랑 access denied 란 말만 뜨니 도무지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다. 권한, 방화벽, 아파치 설정 파일을 아무리 건드려도 되지 않는다. 결국 포기... 이것 때문에 오랜만에 열좀 받았다.  windows에서 samba로 걸린 linux 의 실행 파일을 실행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좀 해야겠다. corba나 rmi 쓰지 않으려고 cgi 로 했던 건데 분산처리 쓰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되는지라 뭔가 좀 더 짱구를 굴려야 한다.


   statistical significance 를 말하기 위해 bootstrapping 을 하고 있다. 무턱대고 4개의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놓았는데, 헐... 지금 10시간이 돌았는데, 계산을 해보니 20시간이 남아 있다. 서버에 CPU가 꼴랑 4개밖에 없는지라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두 개는 좀 더 빨리 끝나서 그나마 다행. 보통은 3개만 돌리고 나머지 한 개로 작업하곤 했는데, 오늘은 무턱대고 4개를 다 썼더니 서버에서 작업 하기가 여의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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