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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노을과풍경

가을저녁하늘

by adnoctum 2010. 10. 26.

   무엇을 하는지조차 잘 알지도 못한 채 흘려 보낸 시간들이 아쉬움으로 남을 때가 종종 있다. 요즘 살짝 게을렀던 것도 있고 해서, 그래서, 어제는 비록 일요일이었지만 자리에 앉아 그래도 뭔가를 많이 하다 보니 어느 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해가 많이 짧아지기도 했거니와, 약간의 집중이 흐뜨려 놓은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에 의하여, 어느 덧 벌써 어두워진 밖을 보고 조금은 놀랐었는데, 더욱 놀라웠던 것은,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사물들의 윤곽선이 조금은 살아 있는 때, 대기를 덮고 있는 약간의 답답함을 갖는 연무 저 뒤에 아직 남아 있는 해,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만들어져 나온 저녁 노을. 어둠과, 검은 능선과 윤곽들, 연무, 검푸른 하늘 경계면, 건물과 가로등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응축된 불빛들, 약간의 쌀쌀함, 그리고 이제는 고요해진 학교. 시간은 어느 새 여기까지 와 있었다. 밥을 먹고 조금 그 풍경 속에 젖어 볼까 했지만 세찬 바람 때문에 얼마 있지 못하고 결국 실내로 들어 가야 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에, 밥 먹기 전에 건물 옥상에 올라 가서 비록 화질은 조금 낮더라도 찍을 수는 있는 핸드폰으로 찍어 놓은 그 날의 풍경이 약간은 위안이 되었다. 아직 다른 건물의 내 자리에 가지 않아서 컴퓨터로 옮기진 않았는데, 크게 확대된 화면 속에는 어제의 그 느낌을 주던 풍경이 조금은 어설프게 남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썩 내키진 않더라도 그나마 그 정도라도 남아 있는 것이 위안이 될 수도 있으니 조금은 기분이 나아진다.



   어제 잠들기 전에 생각했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하여 오늘은 하루 종일 불나게 작업을 했다. 중간중간 조금 대충 확인을 해보았더니 확실하게 나오지 않아서 (not distinctive) 정식으로 정확히 해서 보니 조금은 맞는 듯도 하다. 하지만 조금 더 강한 것이 필요했기에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고자 다시 작업을 하니, 예~~, 어느 정도 흡족할만 하다.

   날이 꽤나 쌀쌀해졌다. 가장 좋아하는 날씨. 오늘은 박사과정 끝나고 갈 곳을 좀 찾아 보았다. 약간 회의적이었는데 제약회사에서 computational biologist 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국내에서는 그럴만한 회사가 없을텐데, 역시 외국이 새로운 문화를 적용해 보는 태도는 빨라 보인다. 나중 일이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가고 싶은 곳을 특정해 놓으니 게으름이 조금은 줄어 든다. 경치가 좋은 곳을 고려 사항 중에 넣긴 했지만 주요한 요인은 역시 통계치와 명성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름 정도만 알고 있던 곳이라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하다. 무료할 때면 찬찬히 둘러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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