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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문제는 왜 쉬워 보이는가

by adnoctum 2010. 10. 2.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아닐 때는 쉬워 보이는 많은 문제들이 실제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문제가 쉬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이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문제를 직접 실제로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 겪은 수많은,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은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원래 그렇다. 문제들은 지저분하고, 깔끔하지 않아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겉에서 보았을 때 주요한 문제가 되는, 핵심문제, 그것에 다가가기도 전에 수많은 자잘한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교육 과정에서 만나는 문제들이란 깔끔하게 정리된 문제들이고, 그래서 수식 하나만 풀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존재론적으로만 문제를 경험했을 뿐 실존적으로 문제를 경험하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데이터 처리를 하려 한다면, 이미 정규화부터 문제가 되지. 통계 분석 어떤 것 사용할까에 들어 가기 전에 데이터를 깔끔하게 정리해야 하는데 그것도 결코 기계적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통계책에 있는 문제들은 그렇게 정리된 데이터가 나오는 것이므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실제 데이터를 다룰 때 만나게 되는 문제들을 만나지 않게 된다. 다른 많은 사회, 문화, 과학적 문제들이 그렇다.

   또한 문제에 관한 잘못된 태도에는 '오만'도 있다. 즉, 언제나 이런 물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문제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탓하기 전에.

'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그 이유는 무엇일까?'

즉, 그들의 능력이 부족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생각해버리는 오만함을 저지르지 말아야 겠다. 자신의 능력을 아는 정도가 낮은 사람의 능력이 낮다는 경향에 따라,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능력 부족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로 대는 사람들 자체가 사실은 문제를 잘 모르는 경향이 보인다. 예를 들면, 교생실습을 갔다 와서 체벌금지를 열렬히 외치는 선생님, STL의 설계 철학을 비판하는 이제 막 STL을 배우기 시작한 C++ 프로그래머. 간단하지 않은가. 저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멍청하지는 않을텐데 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는가? 내가 만약 저들이면 이렇게 저렇게 멋지게 문제를 해결할텐데. ?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같은 의문을 갖고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능력이 결코 부족한 것이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내용, 책에서 읽은 이런저런 결론들, 그런 것은 전부 "깔끔하게 정리된 문제"이다. 실제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결코 그렇게 깔끔하지도 않을 뿐더러, 무엇이 문제인지 규정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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