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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여행/일본(2007)-여행

넷째 날 홋카이도/삿포로

by adnoctum 2010. 7. 18.


2007년 1월 16일 화요일 - 여행 넷쨋 날 삿포로

   오전 11시 5분.

   지금은 하네다 공원 제1터미널이다. 오사카삿포로로 가는 비행기는 12시에 출발 예정이다. 오늘이 도쿄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도쿄에서의 겨울 날씨는, 맑고 상쾌했으며, 별로 춥지도 않았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불리우는,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날씨였다. 또는, 늦여름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간, 아직은 해가 충분히 남아 있는 한국의 여름 날씨와 흡사했다. 어쨌든, 도쿄에서의 3일동안의 날씨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날씨였다.


하네다 공항 제1터미널 안. 시간이 조금 남아 저 곳에 잠시 앉아 있었다. 저기 유모차가 있는 의자에 앉아 위 글을 썼다.

하네다 공항 제2터미널. 잠시 밖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다.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의 형태랄까, 그것은, 마치 현지인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초행길이기에 거리 곳곳에 서서 지도와 주변 위치를 시시때때 비교해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차치하더라도, 어느 정해진 목적지에 도착을 하면, 마치 주변에 살고 있으면서 그곳에 온 현지인인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항상 생각해오던 여행의 방식이었다. 일본에 도착한 첫날은,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의 첫날이었기 때문에 수준이와 이곳저곳을 훑으면서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여행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하루 정도 돌아다니고, 타국에서 길을 찾는 것에 자신감을 갖고, 다음 날부터는 혼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저녁 7시 20분. 삿포로 JR역에서 쓰기 시작함. 이곳에서 수준이와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 지금까지 컴퓨터 앞에서만 일을 하고, 기껏해야 기숙사로 가는 500m 도 안되는 거리만을 걷는, 거의 움직이지 않던 일과에 비해, 갑자기 너무 많이 걸어서, 겨우 하루만을 여행하고 나서 오른쪽 발이 이상해졌다. 지금은 아예 발을 절뚝거리면서 걸어 다니고 있다. 오히려 이것이 편하다.


    아주 우연히, 여행하고자 하는 장소와 방식이 일치한다면야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그런 일은 매우 힘든 경우임을 감안하면, 지금 나와 수준이가 하고 있는 형태의 여행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 서로 가고 싶은 곳을 정한 다음, 비교하여 같이 갈 곳만을 정한 후, 각자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따로따로 숙소에 들어간다. 지금은 이런 방법에 아주 익숙해져서, 단 10분이 남아있더라도 갈 곳이 서로 다르면, 몇 분 후에 만날 곳을 정한 후 서로 가고 싶은 곳을 간다. 일반적으로, 그래도 밥은 혼자먹는 것이 이상하기 때문에 주로 저녁 시간은 맞추어서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헤어진다. 만약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 + 30분까지 나오지 않으면 기다리지 않고 각자 알아서 하기로 했다. 이런 방법을 처음 사용한, 요시다 성당 입구에서 만나기로 한 날, 성당의 정문이 한국에서의 정문과 너무 달랐기 때문에, 혹시 밖에서 30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그러나 제시간에 만나서 같이 저녁을 먹기는 했다). 그 후부터는, 직접 그 장소에서 "여기서 ~시 ~분에 만나다"하고 헤어진다, 지금 이곳, 삿포로 역과 같이. 여행의 방식이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에서 떠나는 날 아침에 보인 비둘기. 조용히 자고 있었다. 햇살 때문에 꽤 따뜻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쌀쌀했다.

수준이가 발을 올리자 비둘기가 일제히 날아 올랐다.



    오늘은 8시 30분까지 푹 자고, 아침을 먹고 check-out을 했다. 하마마츠쵸 역에서 하네다 공항까지 가는 모노레일 표를 끊고, 입구까지 헤메며 가서 겨우 탔으나, 혹시 반대 방향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다. 그 순간, 그곳이 종점임을 떠올리고, 우리는 자리에 앉아 하네다 공항까지 왔다. 그곳에서 짐을 붙이고, boarding pass를 받고도 시간이 한 시간이 넘게 남아서, 각자 가고 싶은 곳으로 갔다 만나기로 했다. 내가 좀 일찍 가서 몇 자 끄적거리자 수준이가 와서, 위에 예쁜 시계가 있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시계가 없기 때문에 하나 살 생각이었는데 잘되었구나 싶어 시계를 사러 갔다. 30,000엔이 넘는 것을 10,000엔에 사기는 했는데, 나는 시계가 이렇게 비쌀 필요가 있는 싶은데, 수준이는 이 정도 가격이면 저렴한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되어서 비행기에 올랐다.


  저녁 잠을 많이 자면 낮에 으레 그렇듯 또 졸음이 와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압력의 변화와 유스타키오관 때문에 잠에서 깨었다. 얼마 후 치토세 지역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비행기가 착륙을 하자, 도쿄에서는 아직 못 본, 눈이 여기저기 있어서, 추운 지역으로 온 것을, 우선 눈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나오자, 온도가 낮은 것을 몸으로도 실감하게 되었다. 치토세 역에서 JR선을 탔는데, 좌석마다 좌석 번호가 있어서, 내가 이 칸은 예약하는 칸인 것 같다고 하여 앞 칸으로 갔다. 커다란 베낭 때문에 우리는 각자 다른 자리에 앉아 왔다. 출발은 오후 2시에 하였다. 오는 내내 밖에 눈이 많이 싸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눈이 많은 지역이어서 그런지, 어디에서도 눈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치토세에서 삿포로까지 오는 내내 여러 가지 상념에 잠겼다, 잠이 들었다 했다. 특히, 들리는 말을 제외하고 내가 지금 외국에 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이 있나를 생각해 보았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눈이 많이(전국적으로) 온 한국의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긴 해도, 도로에서 스키연습을 하고, 교복을 입은 중학생 남자 아이들이, TV에서 자주 보아 오던, 기차 건널목 앞 차단막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습은 약간 이국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어쩌면 내가 강원도같이 기차가 다니면서 눈이 많이 오는 곳에서 자랐다면, 이런 풍경에서도 이국적인 느낌은 갖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삿포로 역 안내도. 삿포로 역 안에 있다. 꽤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약도로 쓸 수 있을 정도였다.

삿포로 역 안의 인어동상. 저기 빈 의자에 앉아 글을 썼다.

삿포로에서 머물던 호텔. 도쿄에서 머물던 호텔보다 훨씬 넓고 좋았다. 14층인가여서 밖의 풍경도 멋있었다. 배가 고파서 라면을 먹었다.

우리가 머물던 호텔에서 밖을 내다 본 풍경. 구름이 잔뜩 있어서 대낮에도 조금 어두컴컴했다.



   삿포로 역에서 내린 후, 3일 동안 있을 호텔을 찾았다. 호텔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호텔 정문 앞에서 우리를 맞는 직원에게 수준이가 영어로 몇 마디 하자, 직원이 바로 "혹시 한국분이세요?" 하고 묻는다. 우리는 우리말로 이런 저런 것을 물어 볼 수 있었다. 그나마 호텔 정도에 와야지만 영어로 몇 마디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한국어라니! 난 인터넷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 보았더니, 10분에 300엔이라고 했다. 만약 노트북을 가져 왔으면 무료라는데...... 무거울 것 같아서 안 가져온 것이 처음으로 아쉬운 순간이었다. 호텔방은 도쿄에서보다 크고 좋았다. 우리는 우선, 컵라면과 햇반을 참치와 먹고 삿포로 대학까지 같이 가기로 하고 호텔 방을 나왔다. 내가 삿포로 대학으로 가는 곳을, 아까 그 한국 직원에게 묻자, 방향을 가르켜 주며, 혹시 지도가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삿포로 역 관광 안내소에서 받은 지도를 보여주며, 이것이 있다고 하자, 더 자세하게 나온 것이 있다며 하나 갖다 준다.


삿포로 역 안의 조형물. 저 앞에서 수준이와 만나기로 했다.


  삿포로 대학에 들어서자, 대학이라는 것을 서서히 알 수 있었다. 5시가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가 지고 있었는데,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저 앞에서 한 명이 넘어졌다. 아무도 신경스지 않았다. 캠퍼스가 꽤 넓어서, 우리는 직진을 하다, 아무 건물로나 들어가 보았다. 그곳은 학생 식당이었다. 메뉴와 가격을, 밖에서 불쌍한 사람처럼 쳐다 보고, 다시 게시판을 보고 있는데, 왠 여학생이 와서 일어로 뭐라고 한다. 내가 이곳은 처음이고, 일어를 못한다고 영어로 말하고 있는데, 수준이가 갑자기 그 여학생이 들고 있는 쪽지를 가리키며, "어, Korea?" 한다. 그러자 그 여학생이 "어, 혹시 한국분이세요?" 하고 수준이한테 묻더니, 혹시 유학생이냐고 묻는다. 그러더니 나를 보더니, 일어와 영어를 섞어 쓰면서 어떤 말을 한다. 내가 못 알아듣는 표정을 짓자 수준이한테 "혹시 이 분도 한국분이세요?"하고 묻는다 -_- 그 여학생 둘으 CC라서 이곳으로 선교를 온 것이라고 하고, 이곳은 아직 학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여행차 왔다고 하고, 캠퍼스의 끝이 어디냐고 묻자, 아직 그녀들도 끝까지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져 다시 조금 걷아 공대 건물로 들어가서, 로비에 있는, 터치 스크린 컴퓨터를 조금 만지작 거리다 게시판과 강의실을 기웃거리고 밖을 나갔다. 조금 걷고 있자, 뒤에서 또 한 명의 여학생이 넘어졌다. 우리는 이곳에서는 하루에 한 번 넘어지는 것이 예의인 것 같다고 농담을 주고 받으며 다시 삿포로 역으로 와서, 서로의 갈길로 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나는 키노쿠니야 삿포로점으로 가서, 영어로 된 일본 전도를 찾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과학쪽 원서 부분으로 가서, stochastic modeling 책을 집어서 Hidden Markov Chain을 보았는데, 정의상 signal transduction을 Markov chain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HMM은 signal transduction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책을 다시 갖다 놓았다. 1층으로 와서 DVD section으로 가서 아키라가 있나 훑어 보았는데 찾을 수 없어 그냥 나왔다. 이 서점은, section마다 책꽃이의 색을 달리해서, 원하는 지역을 쉽게 찾아가게 해 놓았다. 괜찮은 system이다. 서점을 나와 JR 홋카이도 역에 가서 수준이를 기다려 만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수준이 저녁 메뉴. 계란 볶음밥?

퇴짜맞은 나의 메뉴. 난 조금씩 먹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을 시켰는데, 이 메뉴는 어린이용이라 주문이 안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선택.

나의 저녁 식사. 결국 이 메뉴로 다시 시켰다. 닭고기 였던 듯.




    둘 다 배가 고파 가까운 식당으로 가서, 디카로 메뉴를 찍어 주문을 했다. 그런데 내가 먹으려고 한 것은 아이에게만 판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메뉴를 선택해야 했다. 처음 나에게 주문을 받던 여자이이는, 영어를 하는 중간중간에 한국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억지로 막는 것 같아, 음식을 갖고 올 때 혹시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보기만해도 일본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여자아이가 우리 테이블을 맡았다. 밥을 먹고 들어와 나는 관광책자를 보다 잠들었다.


1월 16일 쓴 돈

  • 하 마마츠쵸 -> 하네다 모노레일: 470엔
  • 시계: 10,000엔
  • 치토세 -> 삿포로 전철: 1040엔
  • 음료수: 30엔
  • 저녁: 750엔
  • 총액: 12,390엔(약 97,120원)
  • 나 머지: 약 25,000엔 - 12,390엔 = 13,000엔
  • 정확히 남은 돈: 13,627엔


  돈을 너무 많이 써왔다. 딱히 줄일 곳이 없는데...... 차비는 어쩔 수 없으니, 먹는 것을 안 사먹어야 겠다. 약 450,000원으로 10일이면, 하루에 45,000원인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의 가치를 한국의 물가로 판단했었기 때문에, 돈을 아끼지 않았었는데, 착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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