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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여행/일본(2007)-여행

여섯째 날 조젠카이

by adnoctum 2010. 7. 18.


2007년 1월 18일 목요일 - 여행 셋쨋 날 조젠카이


   오후 2시 15분 경

조젠카이 호텔 내부. 흡연실은 아니고, 무슨 회의실 같았다. 일본은 일반 음식점 내부에서도 흡연이 일상화되어 있었고, 여기서도 예외는 아닌 듯.



  지금은 조젠카이의 다이치 호텔 흡연실이다. 수준이와 이곳에서 만나서 다시 호텔로 가기로 했다. 언제나 그렇듯, 조금 일찍 와서 밖에서 서성대고 있는데,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일본어로 뭐라 하셔서, 혹시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자 조금 할 줄 안다고 한다. 그래서, 혹시 이 건물이 호텔이냐고 묻고, 이름이 다이치 호텔이냐고 물었다. 왜냐 하면, 겉으로 보기에 이곳은 전혀 호텔이란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맞다고 해서, 고맙다고 하고 옆에 서 있으려는데, 다른 직원이 다시 좀전의 그 할아버지와 몇 마디 이야기하더니, 나에게 와서 뭐 도와줄 것이 없느냐고 한다. 이 사람은 외국(서양) 사람으로, 당연히 영어를 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는 우선, 이곳에서 홋카이도까지 가려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묻고, 그러면 버스표는 어디에서 사야 하느냐고 물었다. 동전을 내면 된다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혹시 이곳에서 담배를 피워도 되냐고 묻자, 호텔의 흡연실로 안내를 해준다. 고마워서 약간 쑥쓰러운 듯 내가 이곳에 앉아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얼음 물 한 잔을 갖다 준다. 내가 조금 있다, 내 친구와 나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을 것이라고 하자, 아쉽게도 오늘 이 호텔에서는 점심 식사를 할 수 없다고 하며 이 앞의 다른 건물로 가면 소바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혹시 커피를 먹겠냐고 물어서, 괜찮다고 했는데, 커피를 갖다 준다. 나는 고맙게 받아서, 설탕 2조각을 넣고 커피에 프림을 타서 마셨다. 팁을 주고 싶은데, 얼마가 적정한지, 그리고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옆에 있는 메뉴에는, 일어로 이름이 적혀 있고, 500엔부터 가격이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200~300엔 정도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적은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이 커피가 공짜냐고 묻고,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2008년에 추가: 지금도 이런 것은 좀 쑥쓰럽게 느껴진다. 뉴욕에 갔을 때는 그냥 침대 옆 스탠드에 1~2 달러씩 놓고 와서 괜찮았는데, 직접 사람에게 주려하면 영...-_-;;;)


오후 9시 45분 삿포로의 게이오 플라자 호텔 1012호에서 씀


  원래는 비에이라로 가서 자전거를 탈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자전거를 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비에이까지 갔다가 오는데만도 경비가 거의 5,000엔이 들어서 결국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나는 나카지마 공원과 마루야마 공원을 갈 생각이었으나, 수준이가 조잔케이로 가자고 해서, 그곳을 가기로 했다.

삿포로역 구글 위성

JR 삿포로 역. 이 역을 기점으로 지리를 익혔고, 대부분 이 역을 기점으로 움직였다.



  8시가 조금 넘었을 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JR 삿포로 역으로 가서 여행 안내소를 찾아 갔다. 다행이 영어로도 문의를 해주는 자원 봉사자가 있었다. 우리는 우선 비에이로 가는데 얼마 정도가 드는지를 다시 확인하여 보았는데, 왕복 6시간에 경비도 만만찮았다. 그래서 조잔케이 약도를 달라 그러고, 버스 시간표를 물어 보았다. 내가, 이 근처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를 물어 보았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곳이 없다고 한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시민들이 심심찮게 보였는데, 이것도 춥지 않을 때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인가 보다. 어쨌든 조잔케이로 가는 버스 터미널로 가서, 물어물어 차표를 750엔에 끊었다.

  차가 막 떠나서 우리는 30분 후에 있는 버스를 타야 했다. 그 사이 수준이와 나는 12번 버스 승강장 앞에서 10시 20분에 만나기로 하고, 각자 가고 싶은 곳으로 갔다. 내가 조금 늦은 10시 25분 정도에 버스 승강장에 도착을 했고, 버스는 시간표대로 정확히 10시 30분에 출발했다. 일본에 와서 버스를 타는 것은 처음이었다. 두 명이 앉는 의자조차도 작아서 수준이와 나는 따로 앉았다.


  버스는 시내를 이리저리 돌더니, 드디어 삿포로의 외곽으로 벗어나는 것을, 주위의 건물 수가 줄어듦에 따라 알 수 있었다. 한 40분 가량 갔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고, 밖은 생전 처음 보는 눈높이로 눈들이 쌓여 있었다. 우리는 어디에서 내려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우선 수준이가 옆자리에 앉은 고등학교 여학생에게 물어 보았는데,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서, 결국 더 가야 한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다시 수준이는 운전기사한테 물어 보러 갔고, 나는 다른 여자에게 혹시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었는데, 못 한다고 해서, 내 자리로 돌아갔다. 운전기사에게 물어 보러 간 수준이는 맨 앞자리(일본에서는 뒤로 타고 앞으로 내린다)에 앉아서 기다린다. 내가 가서 물어보니, 우리가 내려야 하는, 다이치 호텔 앞에서 알려 준다고 한다. 대충 지도에 나와 있는 버스 노선도와 비교하여, 적당히 언제 내려야 하는가를 알았을 때쯤 방송에서 다이치 호텔이라는 소리가 나왔고, 버스 기사가 몸짓으로 내리라고 알려준다.


  호텔인지 음식점인지 분간이 안 되는 곳에서 내린 후, 우리는 서로의 갈 길로 간 후 3시에 만나기로 했다. 나는 우선 조잔케이 댐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조젠카이에서의 첫 발. 걷기 시작 직전에 찍은 사진. 눈이 엄청 많이 와 있었고, 걷는 당시에도 계속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약도가 매우 자세하게 나와 있고, 지역 곳곳에 안내 번호 표지판이 있어서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원래는 다리만을 지났다가 돌아가려고 했는데, 실제로 걸은 거리와 약도상의 거리를 비교한 후, 3시까지이면 지도에 나와 있는 지역을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을 내리고, 조잔케이 댐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조잔케이 댐의 위성 사진



  아마도 아무런 특징도 없이 그토록 단조로운 길을 좋다고 하는 사람은, 도쿄에서 김서방 찾기만큼이나 어려울 것 같다. 눈이 오면, 눈이 세상을 침묵으로 바뀌기 때문에 세상이 조용해지기도 하지만, 댐으로 가는 길은 인가에서 몇 백 m 떨어져 있고, 게다가 조잔케이라는 동네가 워낙 작기도 해서, 댐으로 가는 동안 눈 치우는 자동차 소리와, 북해전공이라고 쓰여 있는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댐으로 향하는 길 입구와 종간에서 들은 것을 제외하고는, 나의 발자국 소리와 우산 위로 떨어지는 눈소리, 그리고 이따금씩 커졌다 이내 작아지곤 하는 물 흐르는 소리만이 있을 따름이었다. 도로는 눈에 파묻혀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어졌지만, 도로 주변으로 길게 뻗어 있는 나무들을 어폄풋이 짐작할 수 있었고, 차 한대가 지나갈 수 있을만큼만 눈이 겨우 치워진 도로는 마치 시골의 작은 오솔길같은 느낌이었다. 아득히 저 멀리 내 집이 있고, 길의 앞쪽과 뒷쪽의 끝이 보이지 않는 거리를 왠만큼 걸어서 그 집으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람을 생각에 젖게 하는, 나는 그런 길을 좋아한다. 조잔케이 댐으로 향하는 길이 바로 그런 길이었다. 일본을 돌아다니는 동안, 서로가 다 고만고만한 관광 안내 책자에서 갈 곳을 고른 것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한국어가 이따금씩 들려 오던 것과 비교해서, 이곳은 댐이라 뭐 그리 사람들의 빌길을 붙잡을만한 매력도 없거니와 이 한 겨울 눈이 이렇게 내리는 날에 이 거리를 걸어 댐까지 오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 하는 생각에서 선택했던, 댐까지 가는 길은 역시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다리에서 일본 할머니 두 분과, 공공기관의 직원인듯한 두 사람을 제외하면, 그 길 위에는 나만이 있었고, 그래서 더욱 더, 주위를 집중시키지 않고도, 마치 그 길을 걷는 것이, 멀리 있는 나의 집을 찾아가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할 수 있었다. 댐을 내려오는데, 인간에서 웬 개 한마리가 눈에서 눈을 맞으며 자는 것이 보였다.

눈 속에서 무심히 졸고 있는 개. 다가가서 만져 볼까도 했지만 그러진 않았다. 내가 불러도 신경도 안 썼다.



   
 
내가 소리를 내어 잠을 깨우자, 귀찮은듯이 조금 쳐다보더니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일본에서 다른 집 개를 만지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차마 그 개를 만지지는 못했다. 개를 워낙 좋아하고, 신기하게 많은 개들도 나를 좋아해서 웬만큼 사나운 개가 아니면 개를 만져 보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댐을 다 내려와서 지도에 나와 있는데로 길을 찾아가다, 안내 표지판이 있는 곳을 지나가야 되었다. 도로표통표지판 같은 것을 생각한 나는, 표지판이 보이지 않아 혹시 또 길을 헤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조그만 표지판이 보였다.





  좀 전에 도로 표지판의 눈을 없애느라 양말과 신발에 눈이 들어가서 발이 시려웠기 때문에, 그리고 발 담그는 온천이 원두막같은 지붕 밑에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또, 아직 3:00시까지는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발을 담그고 있기로 하고, 우선 손수건이나 휴지를 가방에서 찾았는데, 다행히 손수건이 있었다. 의자에 가방이며 목도리, 장갑, 외투 등을 벗어 놓고, 온천으로 가서, 그동안 고생한 발을 담갔다. 외투 등을 벗어 놓으면서 살짝 보인, 온천수에는 어떤어떤 광물질(mineral)이 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한 표지판(몇 개의 화학기호만을 알아보았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을 보고 순간적으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발을 물에 담그는 순간, 물이 생각보다 뜨거워서, 기분이 묘했다. 특히나 눈발이 날리는 와중에 발만 뜨거운 물에 담고 밖에서 있으니 기분이 참 독특했다. 이것은 어렸을 때 내가 자주 하던, 비오는 여름이면 마루에 이불 하나 갖고 나와 내리는 비를 보며 누워 있다 잠이 들 때의 느낌과 같이, 이 느낌 자체가 다른 그 어떤 커다른 느낌의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하나의 느낌의 분류가 되었다. 한 10분 정도 발을 담그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일본 남자와 여자가 와서 옆에서 발을 담근다. 영어로 말을 걸까말까 생각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일본 할머니 세 분이 오시는 것이 보여, 나는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발을 뺐다. 왜냐 하면, 내가 앉은 자리만 눈이 안 들이치고 나머지는 눈이 많이 들이쳐서 의자에 묻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나빴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이 오시더니 나에게 뭐라 해서, 내가 일어로 나는 한국인 입니다. 하고 일본어를 못한다고 하려 했는데, 이 말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계속 나에게 뭐라고 한다. 결국 나는 영어로 나는 일어를 못 한다고 했는데, 할머니들은 역시나 계속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건넨다. 나는 자리를 떠나, 수준이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은 불과 2~3분 거리에 있었다.


  다이치 호텔이라 생각되는 곳 앞에서 서성대고 있는데 왠 할아버지 한 분이 일어로 뭐라 하신다. (앞 쪽 내용)


  얼마 후 수준이가 왔고, 우리는 친절한 호텔 직원과 사진을 찍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디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조금 망설이다, 다시 그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에게 bus stop이 어디냐고 묻자 손짓으로 가르쳐 주어서, 우리는 그곳에 5분 정도 서 있다 버스를 탔다.


  나는 주로 버스 뒷쪽에 앉기 때문에, 여기서도 그렇게 했는데, 그 자리가 공교롭게도 타는 문 바로 앞이라 별로 좋지 않은 자리였다. 조금 있자 일본 고등학생 여자 아이들이 탔는데, 어딜가나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은 시끄러웠다. 흘낏 보았는데, 얼굴에 화장을 한 것인지 이상했고, 이곳 아이들은 하나같이 교복 치마가 매우 짧은 것이 희안했다. 그 다음 역부터 사람이 많아져서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두 명이 앉는 자리에 빈 곳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잘 안 앉는다. 내 옆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희안하다고 생각하며, 잠이 약간 들었는데, 누군가가 내 옆 자리에 앉았고, 나는 그냥 또 잠을 잤다. 얼만큼 잤는지, 꽤 잔 후 정신을 차려 시계를 보니, 4시가 다 되어 간다. 갈 때 1시간 10분이 걸렸고, 출발을 2시 57분에 했으니, 내릴 때가 다 되었다고 생각하고 차창 밖을 보니,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옆에 있는 여자에게 혹시 영어를 하느냐고 묻자, "Yes,"라고 한다. 내가 이 버스의 마지막 정거장이 어디냐고 묻자, 내 발음이 안 좋은지 잘 못 알아듣더니, 거의 native 같은 발음으로 어디까지 갈 것이냐고 묻는다. 내가 삿포로 역까지 갈 것이라고 하자, 그냥 쭉 가면 된다고 한다. 다시, 내가 그곳이 이 버스의 마지막 역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하고, 그 여자는 내린다. 대충 삿포로역임을 짐작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이 많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어차피 그 근처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우리도 그곳에서 내렸는데, 내리고 보니 버스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이 내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저녁(점심?)을 먹고 호텔로 돌아 왔다.

나의 저녁 메뉴. ㅋㅋ 음식 찍으려고 한 게 아니라, 주문하려고 이렇게 일일이 찍은 것이었다. 일본어를 몰라 이렇게 디카로 찍어서 이거 달라고 종업원에게 알려 주고, 를 일본 여행 내내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