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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경험이란 것에 관해서

by adnoctum 2009. 10. 20.


과연... 어디까지가 '경험해 봤다'라 말할 수 있는 정도일까? 나는 이것이 궁금하다.

단지 한 번 그 일을 겪으며 느끼는 것은, 실제로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 느끼는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여러 예가 있다.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라던 사람이나, 쌀이 떨어 졌으니 피자를 시켜 먹자는 이나. 나는 그래서 가카도 개미 눈꼼만큼은 이해가 간다, 등록금이 없으면 장학금을 타면 된다는.

어차피 오락 프로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를 찾는 것 자체를 하지 않지만, 종종 농촌이나 기아체험과 같은 것이 나올 때면, 누군가의 하루하루의 고통도 결국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더욱 문제는, 그들은 자신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 기아 체험에 드는 돈을 그냥 줘라, 괜히 기아 체험 하지 말고. 퀴즈 맞춰서 아이들 지원할 돈을 정하지 말라고. 그게 무슨 지랄이냐... 실컷 웃고 떠들다 퀴즈 결과가 이러니 얼마를 지원한다? 내가 볼 때 그 잔인함은 전쟁 영화에 나오는, 포로들 잡아다 놓고 퀴즈를 맞췄으니 너는 안 죽고, 너는 죽는다, 와 전혀 다르지 않거든.

기아 체험 한 번 한 것으로 결식 아동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시골 가서 농촌일 조금 해 본 것 가지고 과연 농촌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을까? 패떳? ㅋㅋ 이미 그 작위성은 옛날에 눈치채서 그 이후론 안 본다. 일회성 경험과 삶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것이다. 기아 체험이 끝나면 실컷 무엇인가를 먹을 수 있지. 하지만 결식 아동은, 한 끼를 먹고 나면 바로 다음 끼니를 걱정하겠지, 하지만 이것도 실은 부정확하다, 나도 굶지는 않으니까. 농촌 일은, 오늘 하루만 하면 끝, 이거나, 하다가 힘들면 멈출 수 있겠지. 실제로는, 힘들거나와는 상관이 없이, 일이 끝나야 멈춘다. 운동과 노동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그것이다, 힘들 때 멈추는가, 끝나야 멈추는가. 농촌 체험 한 번 했다고 가을 추수 끝나기 전에 태풍이 오면 걱정을 할 수 있을까?

교양과학 조금 듣고 마치 그 과목(분야)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할 수 있을까? 팀 프로젝트로 한 5000 라인 정도 되는 프로그램 만든 것 가지고 소프트웨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있을까? 힘들다, 힘들어.

물론,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아무 말도 못 하겠지만, 언제나, 자신의 경험은 미천하며, 일정한 한계에 갇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인지, 요즘은, 내가 직접 겪지 않는 문제에 대해 비판하기가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재벌 2세도 아니고 강남에 집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가카와 딴나라당, 보수언론의 시각은 나에게 충분히 '편리'한 것이고, 그 시각의 반대편에 서 있음으로 인해 입는 피해가 거의 없는 나로선 딱히 구체적으로 이런저런 피해가 있기 때문에 잘못되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고, 결국은 원론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나의 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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