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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_비분류/과학_잡다

진화에 대한 오해

by adnoctum 2010. 6. 2.

2007-09-14 18:02

진화의 가속도는 0이 아니다. 처음에는 좀 더디게 진화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 속도가 매우 빨라지게 된다.

  사람들이 진화론을 오해하는 예 중 흔한 것이,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은 주로 진화의 "가속도"를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동네의 어느 구석에 보면 쓰레기가 엄청 많이 쌓인 곳이 보인다. 그런 곳은 초기에는 우연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단 누군가가 그 곳에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별로 거리낌없이 그 곳에 쓰레기를 '추가'하게 된다. 이런 일이 계속 진행되다 보면, 어느 순간 쓰레기 더미가 높이 쌓이게 되는데, 애초에 사람들끼리 '이 곳을 쓰레기장으로 하자'란 약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처럼, 초기 사건이 우연히 발생했다 하더라도 일단 일이 시작되면 일의 진행 속도는 점점 빨라질 수 있는 것이다 ( 참고 :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 


   과학과 신학을 혼동하는 종교인 중 일부는 가끔 우연히 던져 놓은 보잉 747기의 부품이 제 모습을 갖출 수 있느냐고 진화론을 비꼬곤 하는데, 그렇다면 초기 계산기에서 어떻게 컴퓨터라는 것이 나올 수 있었을까? 주판을 사용하던 1800년대와 현재를 비교하면서, 200년간 어떻게 그런 발전이 가능하냐며, 우주인이 기술을 전해준 것이라고 말할 것인가?


수판

BC 1400 ~ AD 1960

  
초기 컴퓨터

AD 1950

 
현재의 컴퓨터

AD 2010


계산이라는 것을 사람의 머리가 아닌, 도구를 이용하면 편리하다는 생각은 비록 초기엔 매우 더디게 발달을 했지만, 어쨌든 에니악이라는 컴퓨터의 형태로까지 진화가 되었고, 그 후 가속도에 의해 현재의 컴퓨터까지 오게 되었다. 이처럼, 어떤 사태의 진행 속도는 가속도가 붙을 수 있고, 진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주 우연이지만, 일단 한 사건이 한 개체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면, 그 때부터 그 개체는 높아진 생존 가능성 때문에 다른 것들에 비해 월등히 더 잘 살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진화나 개체간의 관계를 모델링할 때는 미분 방정식이나 difference 방정식을 사용한다.  즉, 가속도가 0 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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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3일에 추가) 밑에, 지나가는 양반의 얘기를 듣고 보니, 위 글은 제대로 이해하기 그리 쉬운 글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군. 앞 쪽의 비유와 딸랑 가장 마지막 한 줄 사이는 너무 간극이 멀어 보인다.

모델링하고자 하는 시스템이 진화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하면, 아주 간단하게는,

Y' = αY

로 표현할 수 있고, 위의 식에 대한 해는

Y = A*exp(α*X)

가 된다. 즉, α 가 0 이 아닌 이상 Y는, 말 그대로, expontial하게 증가하게 된다. 위 예로 든 주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단위 시간 당 계산할 수 있는 횟수를 Y 로 표현한다면, 연도를 X 축으로 하고 (X,Y) 를 그리면 거의 step-function 처럼 그려질 것이다. 아마도 scale을 좀 줄여서 1950년대부터 그려 보면 expontial 그래프와의 RMSD가 조금은 더 줄어들겠지. 무어의 법칙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이것은, 우리가, '진화'를 단지 특정 종의 발달 단계에 대해서만 적용시키지 않고, '진화'라 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많은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Bertalanffy가 GST[각주:1]에서 정의한 system에는 대체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개념인 것이다. 그래서 진화라는 전략은 '종species' 단위에서 뿐만이 아니라, 세포와 세포, 분자와 분자 사이에서도 적용시킬 수 있게 된다. 세포 단위에서의 예를 들자면, 가장 쉬운 것이 somatic hypermutation 이 되겠다. 주어진 antigen과의 affinity를 Y로 하고, antigen이 인체에 들어간 시간을 x 축으로 한다면 이것 역시 quasi-step function 처럼 보일지도 모르지. 지금은 somatic hypermutation의 구체적 기작이 밝혀졌는지 모르겠는데, 대체로 전산에서 말하는 유전자 알고리즘으로 생각해 보면,현 세대에서 만들어진 variant가 object function을 만족시켜서 다음 세대로 넘어갈 것인지 결정하는 단계와 비슷해 보인다. 실제로 constraint adaptive differential evolution 으로 구현해서 확인해 보면 진화의 속도[각주:2]가 거의 sigmoid가 되는 것을 볼 수 있고, 이것은 즉 진화가 거의 멈추기 전까지는 exponential로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진화가 완성되면 더이상 잘 발전하지 않겠지. 따라서 위의 간단한 모델은 주로 진화 초기에 해당하는 것 같다.

   분자 단위, 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여하튼, phylogenetic tree상에서 종이 발달하는 단계를 따라, 그 종에 존재하는 전체 단백질의 종류를 확인해 보면, 일단 multi-cellular organism이 출현한 이후 signal transduction protein이 급격히 증가하고, 포유류로 오면서 뇌에서의 신경세포와 관련된 단백질들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내용을, bioinformatics 에 나왔던 것을 세미나 때 누군가가 발표하는 내용을 들은 기억이 있다. 이 경우도 역시, 다세포 생물체가 출현하면서 신호전달관련 단백질이 급격히 많아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스템(생명체 포함)의 비선형적 발달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기작이 있어 보이는데, 신호 전달과 관련해서 얘기해 보면 adaptation이나 robustness와 같은 것이 있겠지. sensitive 하면서 stable하고, 그러면서도 decisive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정말 신기해 보이는데, 각각의 특성이 다른 특성들과 연관을 맺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positive feedback을 두 개 연결시켜 놓으면 decisive 해지기 때문에 cell-cycle이 뒤쪽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던 Cell 논문도 있었고, 생체 내에서도 hysteresis 와 비슷한 circuit 이 있다는 논문도 있었고... 여하튼 핵심은 positive/negative feedback/feedforward 의 단순한 형태로 구성된 모듈들의 여러 조합이 존재하고, 이것으로 인하여 하나의 기능이 구현된 circuit의 출현이 다른 많은 기능들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는 것이다. 즉, 하나 좋은 것이 생겼다고 하나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지.


  
  1. General System Theory [본문으로]
  2. 세대간 object function의 감소로 정의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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