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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생각

싸구려 시계

by adnoctum 2012. 11. 19.




   비싸지 않아도, 빈번히 고장이 나도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했다면 왠지 정이 들고, 그래서 계속 사용하게 된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시계가 그렇다. 2007년 즈음에 산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계속 아래처럼 이음새가 빠진다. 그런데 용케도 끼워 놓으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언젠가는 시계방에 가서 고쳐보려 했는데 이리저리 둘러 보시더니 이런 것은 딱 맞아야 바꿔 끼울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게 없어서 할 수 없다고 한다. 가끔은 시계가 멈추는데, 혹여나 고장나서 그런 것일까 하는 마음에 약간의 아쉬움을 갖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계방에 가서 약을 바꿔 주면 다시 잘 간다. 




   별다른 추억이랄 것도 없다. 일본 여행을 갔을 때 핸드폰이 안 되어서 시간을 알 수 없어서 어느 공항에서 아마도 10만원 정도 했던 시계를 산 것이다. 몸에 거추장스러운 것을 갖고 다니는 것을 싫어해서 그 전 까지는 시계를 차지 않았는데, 의외로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는 것보다 시계가 더 편리했기에 지금까지 계속 차고 있다. 


   저 두 개의 이음새는 신기하리만큼 잘 찾는다. 길거리를 가다가 갑자기 후두둑 떨어져도 몇 번 둘러 보면 눈에 들어 온다. 지금도, 빠졌는지도 모르게 떨어져 있었기에 아마도 오는 길 어딘가에 떨어졋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집에 가려고 하니 발 밑에서 나온다. 언젠가는 길바닥에 떨어진 한 쪽을 집에 가다가 눈에 띄여 찾게 된 적도 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니 오히려 더 이 시계를 차게 된다. 아마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때가 오면 아쉬울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난 완벽한 것, 비싼 것, 유명한 것, 좋은 것 보다는 그냥 내가 오래 사용했던 것에 더 큰, 정이랄까, 그런 것을 느낀다. 설령 어딘가가 고장이 나고 부족하고 남들이 무시할지라도 난 그런 것이 훨씬 좋다. 중학교 때 사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샤프. 이미 금박이 다 벗겨진 지 오래지만 아직도 필통에 남아 있다. 완전히 철로 된 샤프를 요즘에는 찾아 보기 힘든데, 그 샤프는 완전히 철로 되어 있어서 그 무게감이 좋아서 여전히 사용중이다. 수많은 샤프들이 떨어뜨려 망가졌는데 그 샤프만은 희안하게도 그런 일이 없어 잘 사용해 왔다. 지금 당장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나에게는 그런 물건들이 꽤나 많다. 여기저기 빛 바래고 뜯어지고 나갔지만 제 본연의 기능이 남아 있는 한 계속 사용 중인 물건들. 


   사람도 그러해서 난 완벽한 사람, 똑똑한 사람, 그런 사람보다는 어딘지 어리숙하고, 성격이 모나고, 가끔은 불같이 화도 내고, 그래도, 생각이 깊고 사려심이 있어 남을 위할 줄 알고, 제 욕심만 챙기기 보다는 조금은 손해보는듯 살아도 괜찮다며 남에게 양보도 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좋고,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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