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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관련/연구생활

의욕이 상실된 날

by adnoctum 2012. 11. 15.



   며칠 째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너무 늦게 잠이 들거나, 혹은 너무 빨리 깬 후 다시 잠을 잘 수 없는 일이 며칠 사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오늘은 특히 3시 반 정도에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8시에 깬 후 머리가 너무 아파 다시 잠들 수 없었다. 결국 하루 종일 상태가 좋지 않은 채로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하긴 했지만 그리 생산적인 일이 되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오늘 하루 갑자기 모든 의욕이 사라짐을 느꼈다. 


   이럴 때 항상 곱씹어 보는 것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가. 이러한 일들을 보면 해야 할 의무감도 생기고, 일 자체의 재미로 인해 약간은 할 마음이 생기곤 하는데, 오늘은 이 방법이 그리 크게 제 역할을 하진 못했다. 며칠 째 계속 미뤄 오던 일을 좀 하고자 했지만 서버 구성이 변경됨으로 인해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제 간단히 확인해 보았던 것을 좀 더 정교하게 확인하는 것, 이 두 가지를 한 것이 전부. 물론 시간은 꽤 걸렸다. 지금 재미있는 주제가 정말 많다. 같이 할 아이와 긴 논의 끝에 정리한 것을 프린트 해서 자리에 두었다. 그 목록을 앞에 두고도 이리 의욕이 없음을 볼 때 확실히 몸상태가 좋지 않은 듯 싶다. 그러기에 심리적으로 많이 안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이 상태에 머무를 수는 없지. 그래서, 비록 내가 좋아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꾸역꾸역" 일을 진행시켜야 한다. 몸과 마음의 상태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오면 그간 진행된 만큼은 더 기쁠 수 있을 테니까. 어서 빨리 논문으로 나와야 그 내용과 논문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이 곳에 글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할 이야기가 정말 많다. 


   하루 종일 의욕을 찾기 힘든 하루였다. 날씨는 얄밉게도 너무나 맑고 쌀쌀했기에 더더욱 벗어나고 싶었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그러진 못하고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해보았다. 이성적 판단이 심적 상태에 의해 무기력해 질 때면 없는 여유도 만들어 한량처럼 거닐곤 했지만 요즘엔 그것도 쉽지 않다. 이런 식으로 점점 여유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약간의 우려도 생긴다. 


내일은 일부러 게을러 볼테다. 


   아마도 러셀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쓴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느슨하게 하는 것, 대충 하는 것, 핑계 대는 것, 합리화 하는 것, 최선을 다하지 않고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고 임기응변으로 하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려니와, 내가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예의주시하려 하기 때문에, 그리고 긴장감 없이 평온한 생활이 계속되는 것에서 무료함을 넘어 선 무기력함을 느끼곤 하기에, 또, 성격이 급해서, 가끔씩은 달릴 때도 있고 지금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니 이럴 때면 잠깐은 게을러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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