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저녁하늘
무엇을 하는지조차 잘 알지도 못한 채 흘려 보낸 시간들이 아쉬움으로 남을 때가 종종 있다. 요즘 살짝 게을렀던 것도 있고 해서, 그래서, 어제는 비록 일요일이었지만 자리에 앉아 그래도 뭔가를 많이 하다 보니 어느 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해가 많이 짧아지기도 했거니와, 약간의 집중이 흐뜨려 놓은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에 의하여, 어느 덧 벌써 어두워진 밖을 보고 조금은 놀랐었는데, 더욱 놀라웠던 것은,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사물들의 윤곽선이 조금은 살아 있는 때, 대기를 덮고 있는 약간의 답답함을 갖는 연무 저 뒤에 아직 남아 있는 해,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만들어져 나온 저녁 노을. 어둠과, 검은 능선과 윤곽들, 연무, 검푸른 하늘 경계면, 건물과 가로등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응축된 불빛..
2010.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