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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어느 날 엊그제 거실에 누워 잠을 자려 했을 때, 또 그 느낌. 갑작스럽게 찾아 왔지만 낯설지 않은 그 느낌. 인생은 한 번 밖에 살 수 없다는 느낌. 그 느낌은 언제나 나를 가슴 벅차게 한다. 단지 이렇게 머릿 속으로 이러한 내용을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가 왠지 모르게 온 몸을 감싸돌아 모든 곳에서 동시에 몸을 채우는 느낌. 그리고, 생각은 기억과 상상이 혼합된 공간을 거닐게 된다. 전혜린이 독일에 처음 발을 딪던 날 맞았던 그 날씨에, 어느 소설에선가 읽은 것 같지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 그 어느 때와, 어렸을 때 한 번은 있었던 것 같은 풍경, 그 풍경, 인적 드문 어느 골목길에 저 멀리 누군가가 깃을 세우고 고개를 숙이고 큰 걸음으로 서둘러 추위를 피해 어딘가로 가고 있고, 그리고, 난 다소 .. 2010. 11. 8.
프로그램에 익숙해지기 그러면 안된다. 익숙함이란 결국 '얽메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자신이 주로 쓰는 것을 '잘'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그것'만' 사용할 줄 아는 것은 문제가 된다. 나는 언젠가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잘 배워서 매우 능숙해 질 것인가?' 그런데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 그것은 많은 제약을 의미했다. 곧, 그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을만한 많은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 JVM 위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에 익숙해졌다면 아마도 메모리가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그것을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윈도우즈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에 익숙해 졌다면 리눅스나 맥에서는 그 작업을 못할 수도 있.. 2010. 11. 5.
솔직함에 대하여2 나는, 무엇에 대하여 솔직해야 할까? 내가 솔직함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는 것은 결국 솔직하기 어렵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나는 무엇에 대해 솔직하기 어려운 것일까? 결국, 나는 나의 잘못, 나의 미숙함, 편협함 등등 나의 부족함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것이겠지. 나는 이럴 때 주로, 남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나를 이해할만한 정신적 수준이 안 되거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이해할만한 도덕적/윤리적 수준이 안되기 때문에 내 말을, 내 의도를 이해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내 생각을 고수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것이 바로 오만이 솔직하지 못한 사람에게서 보이는 한 기작(mechanism)인 것 같다. 나의 잘못. .. 2010. 10. 30.
솔직히 인정한다 해도, 오만한 경우 내 능력이 부족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 수도 있기는 한데, 그들의 말과 행동이 일관되지 못한 것이 눈에 보일 때면, 어쩌면 그들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아무리 아닐지도 모른다고, 내가 아직 그들을 이해할 만한 정신적 수준이 안 되거나, 그들을 이해하기엔 사태의 겉모습밖에 모른다고 생각을 하려 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너무나 자주 '오만'과 '무례함'의 냄새가 그들에게서 진동해 올 때면, 물론 나는 나의 판단력 미숙을 첫 번째로 생각해 본다 하더라도, 결국은 그들이 무례하거나 오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지네들끼리 떠들고 놀면서 아이들에게 줄 장학금을 결정하는 것이, 가진 자의 오만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것은.. 2010.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