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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

책상정리

by adnoctum 2013. 2. 24.



   연구실 책상은 나름 깨끗하게 정리해서 사용하는데, 집의 책상은 한두주에 한 번씩 오다보니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한 단계가 끝났다고 할 수 있으니, 책상에 널부러져 있는 온갖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장장 5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책상 뿐만이 아니라 책장까지 같이 정리하느라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침에 한 시간 정도 정리하고 서울 가서 연구실 동생 만나서 일좀 하고 집에 와서 다시 했다. 정리를 하다 보니 학부 때 사용했던 온갖 공책과 연습장이 나왔는데, 중간중간 넘기다 보니 참 나다운 것이라 할만한 부분들이 있었다. 



이산수학과 분자생물학이 필기된 페이지. 




수학적 모델링 (금융) 과 유전학이 필기된 페이지. 


그나마 정리가 된 페이지가 저런 것이고, 연습하거나 이해하기 위해 끄적거린 부분을 보면 온갖 수학과 과목과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유기화학, 생화학이 같은 페이지 혹은 같은 연습장의 앞뒤 페이지에 쓰여 있다. 쭉 여러 연습장을 살펴 보니, 난 내가 공부를 게을리 했다고 생각했는데, ㅋㅋ,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는 열심히 한 듯해 보였다, >.<"" 그리고, 중간중간 써 놓은 글들도 꽤 많더군... 


   고등학교 때는 필기를 하지 않으면 때리지 않는 과목이 아니면 필기를 잘 하지 않았고, 대학교 저학년 때는 수업 시간에 조는 것이 일상이었다. 잔머리좀 굴리고 좋아하는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빠져들어 하는 성격이라 그나마 성적이 조금 나왔지, 아니었으면 결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겨우 그렇게 해도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런 교육 제도를 더욱 불신하게 되었지. 그러다 대학을 가고, 회사를 1년을 다니고, 다시 복학을 했을 때. 이건 내가 원하는 공부 방식이 아니라는 생각. 대학에 와서까지 이렇게 암기 위주로 공부를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 그래서, 성적을 버리고 내가 원하는 공부 방법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원하던 공부 방법을 버리고 성적을 택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성적을 버리기로 했다. 그 후, 진도와는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고, 그러면서 나름대로 정리라는 것도 하고 연습장에 그토록 많은 끄적거림을 남긴 것이었다. 물론 성적은 그 전보다 훨씬 떨어졌지만 난 후회는 없다. 그리고, 그것을 오늘 책상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세포생물학이나 생화학 정리해 놓은 노트를 보면 역시나 그림이 꽤나 많더군. 풍경화를 그려도 추상화가 되려고 할 정도로 그림 실력이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정성을 들여 필기를 해 놓았다. 난 그냥 좀 책 앞에 오래 붙어 있었다, 정도로 기억이 남아 있었는데, 오,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필기나 정리를 해 놓았었다니, ㅋㅋㅋ. 역시, 학부 기간은 나답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워낙 연습장 여기저기에 끄적거려 놓은 것이 많아, 그것들을 차근차근 이 곳에 정리해 나갈 생각이다. 그렇게 많이 써 놓았는지도 몰랐네... 공부하다가 따분하거나 게으름을 피울 일이 있을 때면 그렇게 끄적거려 놓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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