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 학교에서 벚꽃을 찍은 사진이 꽤 많지만 이 날처럼 맑은 날에 찍은 사진은 드물다. 사진 자체도 다소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 딸기파티 하고 연구실 사람들이랑 마징가 탑에 가던 도중 찍은 사진.
요 며칠 자주 오는 느낌은 봄날 갓 자라난 풀들을 뽑았을 때 풀 밑에 뭉쳐 있는 흙의 냄새. 그리고, 썩 좋은 느낌은 아닌 축축 젖은 물. 아마도 요즈음 따뜻해지곤 하는 날씨에 봄느낌이 오면서, 지금까지는 좀처럼 드러 나지 않던 느낌이 왠일인지 떠오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 하면 저 풀뭉치 밑의 흙의 촉감과 냄새, 약간은 차갑고 축축한 느낌은 어렸을 때 봄이 되면 느끼곤 했던 느낌들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살던 시골집은 집 뒤에 비닐 하우스가 있었다. 집이 한 채 있고, 굴뚝이 나오는 곳에도 역시 약간의 공간이 있어서 그 곳에 장독대며 감나무, 고얌나무 등이 있었다. 그러한 곳을 우리는 '뒤란'이라고 불렀는데 표준어로는 '뒤뜰'이다. 그 옆에 비닐 하우스가 있었다. 봄이 되면 이것저것 심을 준비를 하면서 걷어 내게 되는 비닐 조가리들 위의 흙에서 자라던 풀들. 그러니까, 겨울에도 유용했기 때문에 비닐 하우스는 겨울에도 비닐을 씌운 채 두었고, 비닐을 씌우면 으레 비닐과 흙이 맞닿는 지면 부분에 흙더미를 비닐 위에 올려 놓아 비닐을 지면에 고정시킨다. 그 곳에는 여지 없이 풀씨가 있었거나 있게 되어 봄이 되면 파릇파릇 잡초들이 자라난다. 봄이 오면 비닐을 바꾸게 되는데, 그 때 바로 저렇게 자라던 풀들을 뽑아 내게 된다. 갓 자라난, 대략 10cm 정도 되는 풀들이기 때문에 매우 보드랍다. 온도는 약간 차갑다. 흙은 다소 거칠다. 가끔씩 물이 있으면 흙과 물과 풀이 섞여 썩 좋지만은 안은 느낌이 들곤 했었다. 그렇다고 썩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나쁜 기억은 아니다.
요즘들어 몇 번 꾸었던 꿈은 벚꽃 꿈이다. 벚꽃놀이에 대한 기억은 크게 없는데 왠일인지 예전부터 그 느낌만은 좋았다. 벚꽃보다 많았던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걷던 여의도에서의 다소 계획되지 않았던 벚꽃놀이라던가 어느 날 충동적으로 떠났던 오사카/교토에서의 벚꽃들. 그리고, 의외로, 해매다 봄이 되면 상당히 아름다워지는 학교의 벚꽃들. 십여년이 넘게 보아 오는 학교에서의 벚꽃 경험과 그 이외의 장소에서의 약간의 기억은 때때로 이렇게 알 수 없는 때에 멋진 기분으로 다가 온다. 그것은 또 때때로 이렇게 꿈으로까지 이어지는 듯 싶다. 온 산에 벚꽃이 핀 꿈을 꾼 날은 그냥 기분이 좋다.
철학의 길을 가기 위해 근처 역인 니조 역에 내려 잠시 쉬면서 찍은 사진. 역시나 일본에서 찍은 여러 벚꽃 사진 중 유독 이 사진이 마음 편하게 다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