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찾은 학교는 이미 가을이 한껏 지나 있었다. 늦가을의 잦은 비로 인해 평소 걷던 길이 비에 젖어 있을 거라 생각하며 1km 가 조금 안되는 출근길을 나섰다. 몇 달을 비슷한 곳을 통해 다녀 어느 곳이 흙길이고 어느 곳이 아닌지 알고 있었기에 물에 젖은 흙길을 피해 갈까 하며 길을 나섰지만 숲으로 들어 가 걸어 가다보니 어느 새 좀 더 먼 길을, 흙길이 있는 길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길을 접어 들자, 이미 낙엽이 길을 뒤덮고 있는 것이 눈앞에 펼쳐졌다. 누군가가 이미 걸어 갔을지도 모를 길이었지만 그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발길에 채이는 낙엽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마치 아무도 가지 않은 눈덮인 길을 가듯 왠지 모를 뿌듯함으로 길을 갔다. 뒤돌아 보니 내가 지나 간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는듯이 보였지만 이따금씩 부는 바람이 그 흔적을 지워버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