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많은 좋은 글들이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확 바꾸어 줄 글을 찾아 읽고, 실망한다. 별로 변하지 않는 자신의 삶을 보면서. 그것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다. 왜냐 하면, 자신의 인생을 극적으로 변화시켜 줄 책을 찾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책도 도움을 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신, 깊은 고뇌에 휩싸여 스스로 탈출구를 찾던 사람은 길가의 광고 전단지에 붙어 있는 작은 명언 한 귀절로도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무엇이 이와 같은 차이를 일으키는가. 그것은 곧 자주성이다.
이렇게만 하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마법의 주문을 바라는 이들이 너무 많다.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책도 많이 있다. 나는 그러한 것들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이다. 아주 보편적인 진리가 아닌 이상 많은 이에게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인생의 진리란 거의 없다. 그리고 보편적 진리가 우리를 이끄는 가장 결정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기에 항상 무시당한다. 그래서 저자는 저마다 자신의 처지에서 어떻게 자신이 성공했는지를 보여주는 식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인간은 서로 다른 취향과 삶을 살아 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구체적인 경험 그 자체에만 집중되어 있는 이야기는 타인에게 별로 의미가 없다. 대신, 그 구체적 경험에서 보다 보편적 원리나 지혜를 이끌어 내는 글은, 첫째로 그와 같은 방법을 실증해 보여 주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고, 읽은 사람 스스로 그와 같은 태도를 갖도록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의의가 있다 하겠다. 원래 모든 글은 글을 읽는 사람의 환경에 맞게끔 변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러한 노력은 게을리 한 채, 그저 책에 나와 있는 문자의 의미 그 자체에만 머무르려 한다.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대에 의사의 이야기인 페스트. 지금은 흑사병과 같은 괴질이 창궐하는 경우가 별로 없으니까 그 이야기는 무의미한 것일까. 아니다, 온 세상이 절망에 휩싸였을 때조차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보고 우리는 자신의 극도의 불안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위안을 얻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얻는다. 그 이야기는 절망적 상황에서 한 인간이 고군분투하는 것을 구체적 예로 보여주었던 것이고, 우리는 그 구체적 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보편적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우리의 생활에 맞게끔 변용하여 적용하면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좋은 글은 오래 간다. 왜냐 하면 좋은 글은 보편성을 갖고 있고 인간의 역사에서 보편성은 쉽사리 바뀌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아무리 오래 흘러도 그 가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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