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지 않아도, 빈번히 고장이 나도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했다면 왠지 정이 들고, 그래서 계속 사용하게 된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시계가 그렇다. 2007년 즈음에 산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계속 아래처럼 이음새가 빠진다. 그런데 용케도 끼워 놓으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언젠가는 시계방에 가서 고쳐보려 했는데 이리저리 둘러 보시더니 이런 것은 딱 맞아야 바꿔 끼울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게 없어서 할 수 없다고 한다. 가끔은 시계가 멈추는데, 혹여나 고장나서 그런 것일까 하는 마음에 약간의 아쉬움을 갖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계방에 가서 약을 바꿔 주면 다시 잘 간다.
별다른 추억이랄 것도 없다. 일본 여행을 갔을 때 핸드폰이 안 되어서 시간을 알 수 없어서 어느 공항에서 아마도 10만원 정도 했던 시계를 산 것이다. 몸에 거추장스러운 것을 갖고 다니는 것을 싫어해서 그 전 까지는 시계를 차지 않았는데, 의외로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는 것보다 시계가 더 편리했기에 지금까지 계속 차고 있다.
저 두 개의 이음새는 신기하리만큼 잘 찾는다. 길거리를 가다가 갑자기 후두둑 떨어져도 몇 번 둘러 보면 눈에 들어 온다. 지금도, 빠졌는지도 모르게 떨어져 있었기에 아마도 오는 길 어딘가에 떨어졋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집에 가려고 하니 발 밑에서 나온다. 언젠가는 길바닥에 떨어진 한 쪽을 집에 가다가 눈에 띄여 찾게 된 적도 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니 오히려 더 이 시계를 차게 된다. 아마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때가 오면 아쉬울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난 완벽한 것, 비싼 것, 유명한 것, 좋은 것 보다는 그냥 내가 오래 사용했던 것에 더 큰, 정이랄까, 그런 것을 느낀다. 설령 어딘가가 고장이 나고 부족하고 남들이 무시할지라도 난 그런 것이 훨씬 좋다. 중학교 때 사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샤프. 이미 금박이 다 벗겨진 지 오래지만 아직도 필통에 남아 있다. 완전히 철로 된 샤프를 요즘에는 찾아 보기 힘든데, 그 샤프는 완전히 철로 되어 있어서 그 무게감이 좋아서 여전히 사용중이다. 수많은 샤프들이 떨어뜨려 망가졌는데 그 샤프만은 희안하게도 그런 일이 없어 잘 사용해 왔다. 지금 당장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나에게는 그런 물건들이 꽤나 많다. 여기저기 빛 바래고 뜯어지고 나갔지만 제 본연의 기능이 남아 있는 한 계속 사용 중인 물건들.
사람도 그러해서 난 완벽한 사람, 똑똑한 사람, 그런 사람보다는 어딘지 어리숙하고, 성격이 모나고, 가끔은 불같이 화도 내고, 그래도, 생각이 깊고 사려심이 있어 남을 위할 줄 알고, 제 욕심만 챙기기 보다는 조금은 손해보는듯 살아도 괜찮다며 남에게 양보도 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좋고,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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