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 며칠 간 '현실'과 '이상'에 대해 숙고했다. 그리고, 오늘 작은 결론에 도달했기에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실험정신'이고, 두 번째는 정의(definition)의 문제이다.
순서 상 정의의 문제가 먼저 나와야 하기에 이것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자면,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이상'인지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어의 의미는 언제나 문맥 속에서 온전해지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현실'과 '이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자 한다. 현실과 이상은 같은 기준에 의하여 실제로 구현하기에 가장 쉬운 것과 그 대척점에 있는 것이다. 즉, 실제로 지금 곧바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점점 더 들어갈수록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때,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해도 실현 불가능한 것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정의하며, 그것은 '이상적'인 것이 아니다. 즉, 시간과 노력이 적게들수록 현실적인 것으로 정의하며, 그 두 가지가 점점 더 많이 들어갈수록 현실적인 것에서 멀어져 이상적인 것이 된다, 라고 정의한다. 위의 정의에 따라, 비현실적인 것을 제외한다면, 이상적인 것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긴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우리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 많은 정의의 문제가 그러하듯 어느 선부터가 이상과 비현실이 나뉘는가, 하는 것은 불분명하다. 이 것은 온전한 이성에 기댈 수밖에 없으므로 이 문제는 여기서 더이상 논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의 상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현실적으로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이 이상이 된다. 이상이 현실과 멀어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노력이 많이 드는 것은 성공 가능성을 쉽게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고, 또한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장기간 진행되는 일에 내재된 불확실함 때문이다. 즉, 쉽지 않은 일 혹은 힘든 일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확실함과,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함, 이 두 종류의 불확실함이 더해져/혹은 곱해져 긴 시간동안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은 더욱 불확실해 진다. 바로 이 불확실함이 이상을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사실 그것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단지, 그 불확실함이라는 짙은 안개 저 밖에 있는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것일 뿐. 우리는 '현실적이다' 와 '이상적이다' 를 구분할 때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장 큰 근거로 삼는다. 이것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이상' 또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현실적인 것'이 모순적인 것에서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상은 그 실현가능성이 내포한 불확실함이 핵심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이상'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내가 극복해야 할 것은 이상에 내재된 그 불확실함이다. 즉, 그것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루기 불가능한 것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일에 과연 나를 던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나는 만약 내가 나의 이상을 위해 나아간다면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이상이 100% 실현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70~80%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것만 되어도 성공적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실험정신이다. 이 실험정신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불확실함을 거부하게 되고 그에 따라 보다 현실적인 것을 선택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개인성향이기에 비난이나 비판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그럴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선택하는 것은 그 현실이 아니라 바로 이상일 뿐이다.
이제 전략을 생각해 본다. 책임과 선택에 대한 생각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상은 기본적으로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고 불확실함을 내재한다고 생각한다. 즉, 기본적으로 '현실'적이지 않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한다. 즉, 애초에 이상은 '현실적이지 않다'. 만약 현실적이라면 이상일 수 없다, 정의 상.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는 것이다. 즉, 현실적인 방식을 취한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일 수 있으나, 이상적인 방식은 전략의 문제이다. 어느 회사를 갈 것인가, 를 택하는 문제가 제일 처음 선택해야 하는 '현실'적인 태도와는 달리, 이상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특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우선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한 후, 그것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으로 취해야 할 것들을 고민한다. 생각해 보면, 이상이 아무리 이상적으로 보여도 그 이상까지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각 단계는 현실적인 문제들이고, 그 단계 하나하나를 밟아갈수록 보다 이상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결국 '지금 바로 이 곳'에서부터 '이상'까지의 여정 중 놓여 있는 '현실적인 단계'들이 무엇인지 명확히 한 후, 마치 징검다리를 하나하나 건너듯이 그것을 밟아 나아간다면 이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저 멀리 있는 이상을 본다면 건널 수 없을 것 같은 이 현실이란 강이 넓어만 보이지만 그 사이사이 놓여 있는 징검다리를 볼 수 있다면 또는 만들 수 있다면 결코 그 현실이란 강이 건널 수 없는 넓은 강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며, 그래서 저 멀리 있는 이상까지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위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지금의 나의 이상을 명확히 한 후, 그 사이사이에 현실적으로 밟아가야 할 징검다리가 무엇인지 알아낸 후, 하나씩 밟아가는 길을 택할 것이다. 그리고, 이상은 언제나 불확실함을 내포한다는 것을 알아 비록 한 걸음 나아가도 여전히 불확실함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걸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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