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조금씩 차가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자고 일어나면 오로지 일을 하는 생각밖에 안 하느라 계절의 흐름을 놓칠듯 하여 자리에 가면 일부러 창가를 제일 먼저 가보고, 노을이 지날 때쯤이면 서쪽녘을 바라보곤 한다. 오래지 않은 그리움이 이따금씩 밀려 오곤 하지만 그냥저냥 지내 보내고 있다. 요즘엔 일부러 작은 동산을 통해서 연구실에 왔다 갔다 한다. 5분이나 10분 정도밖에 안되는 시간이지만 산길을 걸으며 하는 생각은 짧지 않은 과거 속을 헤메일 때가 많지만 일종의 안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밖을 나오면 나는 곧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온다.
커다란 변화 없이 지난 십여년이 흘렀다. 물론 학위 과정을 끝내고, 반년동안 파견도 나가고, 하는 등의 일은 있었지만 내 자리는 항상 여기였고, 그것에 큰 변화 없이 십여년이 흘렀다. 끊임없이 나갈 기회를 엿보았지만 나가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때문에 시기는 계속 드텨지는 형국이다. 지금도 종종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내가 이렇게 여기서 하려는 것이 지금 꼭 여기서 해야 할만큼 중요한 일인가? 다른 곳에 가서는 못 하는 것인가, 등등.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은, 그런데, 내 남은 연구 인생의 커다란 자산이 될 것 같다는 느낌으로 하고 있으며, 이렇게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란 생각 때문에 계속 이 곳에 있게 된다. 물론, 소속의 변화는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 물리적 공간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생각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 쓸 거리도 많이 없어졌다. 단지, 이제는 조금은 더 차가워질 시기가 옴에 따라 마음에 약간의 동요가 일 것임이 예상된다. 나는 더 많이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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