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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생각

가치관 보이기를 두려워 하는 사회

by adnoctum 2014. 4. 22.




냉소. 가치관 표현의 두려움. 

   "내 것 처럼 아껴 쓰자"는 희안한 구호를 보았을 때부터 시작된 삐딱한 시선은 극도의 염세와 허무를 겨우 지나 지금에 이르렀지만 그 진창을 기어 나오면서 묻었던 얼룩이 여전히 남아 있기에 나의 냉소는 시작되면 극단을 달린다. 그나마, 과정에 포함된 몇 번의 주저함에 의해 여기저기 잘려 나가는 정도라서 글로 적을 수 있는 것이며 머릿 속의 생각은 황색언론의 그것들보다 더 노골적이다. "산다는 게 기껏해야 남들의 부러움이나 구걸하는 거냐?", 정도가 그나마 머리 속을 떠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랄까. 어차피 '인간' 사이에서 살 것을 선택하였고(이것은 정확히 내 고등학교 때의 일기장에 있는 구문이다), 체념적 긍정만이 내가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배워 온 유일한 방어 기제인 지금 가끔씩 드러 나는 냉소는 건드리고 싶지 않은 상처를 보는 것처럼 마음이 껄끄럽다. 

   본질, 특히 잘못되었거나 아프거나 부끄러운 본질을 건드리는 것은 언제나 껄끄럽다. 그래서 결국 하등 쓸데 없는 것들이 판을 친다. 관심은 본질을 외면한 채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들로 쏠린다. 자주 드러나는 모순은, 학교 공부가 도대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무용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들이라고 해봐야 역시나 그들에게 무슨 쓸모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에 갖는 관심을 "극성"으로 치부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며, 누군가는 그러한 시선의 횡행으로부터 이득을 얻는다. 

   나는 아마도 한국의 이러한 분위기가 자신의 생각을 쉽사리 드러 내지 않는 태도의 저 밑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봤다. 우리는 쉽사리 "나의 가치관"을 드러낼 수 없는 분위기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튀면 안된다." 보통과 평범의 호주머니에 쏙 들어 가 안전하게만 살아 가고자 하는 것이다. 

ps. 뭘 내 것 처럼 아껴 써, 아껴 쓰길, 남의 것이니까 내 것 보다 더 조심히 아껴 써야 하는 거지. "남 것 처럼 아껴 쓰자".



(댓글)

OO Keum 이게  답답하죠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 사회라는 표준 정답 가치관만 드러낼  있고거기서 어긋날  강자든 약자든 사회적으로 매장 당하기 일수이런 환경에서 '창의' 부르 짓는 것이 아이러니죠.

18 hours ago · Like · 1

 

Jungsul Lee 맞아요가지치관을 쉽사리 드러낼  없는 이유가 '충돌' 걱정하기 때문이거든요결국남들 대다수가 갖고 있는 생각이 아닐 경우 위험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채득해서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따라 가는 거죠창원씨 얘기 듣고 보니 이것은 창의성 문제에까지 닿고 있네요. '기발함'  '다름'에서 오는 것일텐데..., 다르면 손가락질 당하는 사회이니 ...

16 hours ago · Like · 1

 

OO Yun 그래서 가치관 나의생각의 표현의 자유는 사실 없다고 생각하고  엔만하면 페북에 그런글을  안씀


(여기까지는 페북에 썼던 글, Monday, 21 April 2014 at 11:08)




   그러니까 결국 한국에서 가치관을 드러 내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다름'을 이유로 해서 어떤 형태로든지 공격이 들어 오기 때문인 것이다. '괴상한 사람이다, 별종이다, 특이하다'와 같은 시선에서부터 반공분자, 회색분자, 불순분자, 라고까지 하는 괴물 만들어 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다양한 강도의 억압이 들어 오게 되는 것이다. 학창 시절 조금 특이한 아이가 있으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 보던 것 자체가 그 씨앗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결국 "평범"하게 보여야 하고, 평범하게 생각해야 하고, 평범하게 말해야만 살아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한국인들은 점점 사회생활을 하면서 본능적으로 채득해 가는 것이다. 


   이것을 깨야 한다. 우리는 공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그것은 권리다. 남들의 시선 따위 개의치 말고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향해 행동으로 옮기며 나아갈 줄 알아야 하겠다. "특이하다", 와 같은 시선은 결국 "평범함" 속에 숨어 버린 이들의 비겁한 흠집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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