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게 되는 원인 중의 하나는 그 행동과 연관된 반복된 상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금연 5일차로 접어 들면서 지속적으로 맞딱뜨리는 상황은 '지금 이 상황에선 담배를 피워야 하는데', 라는 것이다. 10년동안 담배를 피우면서 만들어 놓은 상황, 즉 담배를 피는 시기는 거의 고정되어 있었고, 그래서 지금은 담배 그 자체보다는 그 시간에 담배를 피웠다는 것에서 더 담배를 찾게 된다. 즉,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씻고 나오면서, 나와서 자리에 와서 간단히 정리 후 일 시작 전, 일을 한두시간 한 뒤, 점심 먹기 직전/직후, 오후 3~4시쯤, 저녁 먹기 직전/직후, 저녁 8시쯤, 9시쯤, 10시쯤, 가기 직전, 방에 들어 가기 직전, 잠자기 직전. 항상 이래 왔다. 그래서 저 시간들이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곤 하다.
그리고 어딘가를 가거나 할 때 약간의 시간이 남을 때, 혹은 뭔가 특별히 생각해야 할 것이 있을 때, 물론 그럴 때도 담배를 피우긴 했지만 그런 경우는 고정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차라리 잊기 더 쉽다. 그냥 없던 것처럼, 담배를 애초에 피우지 않았던 것처럼 지나가면 되는 것이니까.
금연을 결심하기 전까지, 그래서, 강구한 것은 그 시간에 담배가 아닌 그 무엇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그런 시간을 갖지 않았으면 모를까, 10년동안 그런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에, 그런 시간이 반드시 찾아 오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것 자체도 바로 그런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 때, 혹은 잠깐 쉬면서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혹은 그냥 풍경을 바라 보며 시간을 보내야 할 때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그런 시간에 멀뚱하니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는 것은 어딘지 어색하다. 하지만 그래서 그 어색함에 다시 익숙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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