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과 대전을 격주로 다니고 있다. 3개월 일하고 어느 정도 일이 진행이 되면 나머지 3개월은 격주로 있기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주엔 미루고 미루던 퇴직 서류를 냈다. 거의 3개월을 미뤄 내는 거라, 서류를 받으러 혹은 내러 가는 곳에서마다 혼났다, ㅋ. 이렇게 늦게 내면 어떡하냐고. 그래도, 어쨌든 다 내서 한갓지다. 대체 여태까지 몇 번 사유서를 썼던 것인가. 퇴직 서류 내는 김에 신규임용서류까지 같이 처리했다. 여러 개의 문서를 내야 하지만 이미 한 번 해 보았기 때문에 이것은 다소 쉽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서의 공란 중 상당수는 기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했기 때문에 빈 칸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에 대한 막막함도 별로 없었고, ㅋ.
대전에서도 주로 회사 일을 하긴 하는데, 굳이 내가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일이긴 하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머릿 속에 어떤 식으로 진행시킬지가 어느 정도 명확하게 그려지는 반면, 요즘 대전 내려와서 하는 회사 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것들이고, 그래서 이것저것 확인해 보아야 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다 보니 회사에서 하긴 좀 그렇다, 시간을 쓰는 것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서. 그래서 대전 내려와서 하고 있는데, 이번 주, 그래도 꽤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여전히 머릿 속은 그 일에 관한 알고리즘으로 차있다. 물론, 중간중간 연구실에서 필요한 코딩도 좀 하긴 했다. 또, 3TB HDD 4개를 사비로 구입해서 서버 두 개에 6TB 씩 나누어 달은 후 다시 마운트 해 놓았고, 이제 차근차근 여기에 cron 과 rsync 를 이용해서 mirror 를 만들고, 데이터도 다시 받아 놓아서 본래의 내 연구를 할 준비도 해야 한다.
그러니까, 꽤 열심히 이것저것 하는 것 같긴 한데, 막상 한 일을 얘기하고자 하면 무엇을 했다고 말하긴 좀 어려운 일들을 하다 보니, 괜히 실속 없이 바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뭐, 너무 초조해 하진 말아야지. 크게 4개의 부류로 나뉘어 지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여기저기서 일하라고 하는데, 난 많은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지 결코 일부러 미루는 게 아니라고!... 한의학 고전 문헌의 text mining, 이미지 처리 및 기계 학습을 이용한 분류기 제작, 내 연구, 연구실 사람들 연구의 뒷받침, 이렇게 4개이니 팔이 두 개 정도 더 달려 있으면 좋겠다, ㅋ.
회사에선 점심 먹고 영낙없이 졸고 일어나 일을 하게 되는데, 일과 시간엔 딴 짓을 할 수 없어서 말 그대로 계속 일만 한다. 3개월을 그렇게 하다 보니 학교 내려와서도 계속 그런다. 잘 된 일이라 생각한다. 연구실에서 연구 하다 보면 인터넷으로 딴 짓도 할 만도 한데 회사에서의 그 짧은 기간에 몸에 스며 든 게 조금은 있는지 연구실에서도 놀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ㅋ. 그런데, 생각해 보면 늦게 나가긴 해도 늦게 들어 오기 때문에 순수하게 일하는 시간만 따져도 10시간이 넘는데 연구실에서 일을 할 때는 결과가 너무 적다는 느낌이 든다. '연구'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일의 특성 때문일까...
블로그에 글을 차근차근 쓸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시간보다는 마음의 여유랄까. 집에 도착하는게 보통 9~10시 사이이고 자는 건 2시 정도이니 따지고 보면 시간은 충분하지만 회사 일 하고 집에 가면 쉬엄하며 놀고 싶지 다른 것은 딱히 하질 못하겠다. 그래서 지금 아직 정리되지 않고 남아 있는 글이 네개이다. 회사 일 하면서 공개할 수 있을만한 것들을 쓰려고 일단 초안을 잡아 놓은 것들인데 정리하자면 약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제 곧 겨울이다. 이놈의 겨울... 추위 속에 녹아 든 추억이 이 시기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아주 오래 된 기억들부터 시작해서. 그런데 왠일인지 얼마 전엔 이번 겨울은 그냥 좀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뭔가, 조금은 지친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일까. 아무래도 감정 소모를 더이상 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남들이 볼 땐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을진 몰라도.
이따금씩 왠지 좀 특별한 날이 될 것 같은 날이 있다. 약간의 설렘이 하루 종일 마음 속에 자리를 잡고 언제든지 튀어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적은 거의 없는 듯 하다. 그래도 그 느낌이 좋다. 하루 단위가 아니라 꽤 오랜 기간 동안 그러는 적도 있다. 조만간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하는. 그런데, 그런 경우도 별 일 없이 조용히 지나갈 때가 많다. 그래도 기분 좋다. 지금이 그렇다. 굳이 특별한 일이 없어도 좋다. 그냥 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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