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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생각

신념의 함정

by adnoctum 2012. 1. 25.


   내가 어떠한 사람과 가깝게 지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짓는 것을 굳이 하나 꼽자면 그것은 그가 신념을 갖고 있는가 아닌가 이다. 그 신념이 대단한 것일 필요도 없고, 그가 언제나 자신의 신념을 명시적으로 말할 수 있거나 의식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 오랜동안 이야기를 나눠 보면 굳이 한 줄로 말하지 않더라도 그가 어떠한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때그때 자기에게 유리한 것이 옳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신념은 왜 중요한가. 그것은 한 사람이 걸어 갈 일정한 길을 정해 주기 때문이다. 그 신념에 위배되지 않는 선상 안에서 그는 걸어 가게 된다, 비록 그 자신은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려 하지 않을지라도. 만약 신념이 없다면, 그냥 되는대로 살면서, 더욱 중요한 것은, 그렇게 그냥 아무렇게나 살면서 그것이 항상 옳다고 합리화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때그때 자기에게 유리한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합리화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인생이 어떤 흐름을 갖고 흘러 간다기 보다는 그냥 바람 결에 나부끼는 나뭇잎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다 흙탕물에 빠져 썩듯이 결국은 그냥저냥 그런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나이가 들면 세상은 어쩌고저쩌고 일장 연설을 하게 되지, 언제나 얘기하지만 경험이 주는 지혜는, 반성이 없다면, 없다.

   내가 이렇게 신념의 유무를 중시하지만, 오로지 어떠한 한 신념에 천착하는 것 역시 어리석다 생각한다. 어제 페북에 올린 글은 그런 의미이다.

혼 자 조용히 코딩할 때 틀어 놓는 영상 중 하나는 Pleasantville, 1998. 볼 때마다 우낀다. 특히, 초반에, 리즈 위더스푼이 tv 속에 갇혔을 때, we're...(sigh) we're like stuck in nerd-ville. 이 영화는 '규율', '올바름' 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폭력을 잘 보여준다. 좀 혼란스러워도, 조금 시끄러워도 모두 개성을 찾아 사는 세상이 정말로 행복한 세상, ㅋ. 실제로 평소 규칙/규율/도덕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더 폭력적이라는 논문도 발표되었었다. 자신들의 신념인 도덕성이 깨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폭력으로라도 그들을 억눌러 그것을 지키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또한, 루이제 린저의 '내가 아닌 사람과 사는 지혜', 에도 보면 내가 당연하다 여기던 것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을 두려워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나오기도 한다. 나한텐 너무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인데 그것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사람들, 그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지. 하여튼, 난 그런 사람들이 바로 nerd 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ㅋ. 아님 말고. (ㅋㅋㅋ 아니면 말고엔 또 http://h21.hani.co.kr/arti/COLUMN/15/14389.html 가 있지, 이 글 역시 신념이라는 것을 지키는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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