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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세상바라보기

욕은 노동자 몫

by adnoctum 2011. 2. 13.

   차근차근 따져볼만한 깜냥이 되지 않기에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왠지 기업과 같은 거대한 힘에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이 우리의 욕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KTX 여승무원들의 부당 해고에 대항한 것에서도, 우리는 결코 그녀들의 권리에 대한 정당한 주장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인권 따윈 무시해도 결국은 그 일을 해야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으니 사측에서는 해고시켜버리고 사람을 또 뽑으면 되니까.

   그렇다. 언제나, 부당한 처사임을 항의하는 이가 있어도, 그 부당한 처사를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해야만 하는 이가 있기에 사측 혹은 강자라 할 수 있는 이들은 차라리 항의하는 이들을 해고시켜버리고 그 일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을 다시 뽑을 뿐이다. 그래서, "이런 대우 받느니 일을 안하고 만다"는 사람이 없도록, 국민 전체가 인권에 대해 관심이 없어야 하고,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먹고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해야 할만큼 생활이 어려운 이들이 존재해야 한다. 만약 복지가 꽤나 잘 되어 있고 인권에 대해 트인 생각을 모두가 한다면 사측은 노동자의 이런저런 정당한 권리에 대한 요구에 대해, 귀찮은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 것이니, 그런 사태는 일어나면 안된다. 그리고, 다행히, 지금은, 인권위 직원조차 인권위에 진정을 하는 골때리는 상황임과 동시에 이런저런 명목으로 세금 올리기에 혈안이 된 상황이니, 없는 자는 더 없게 될 것이니, 경영자(사측, 강자)들이 우려하는 사태는 일어날리 만무하다.

   텔레 마케터에 대한 기사가 하나 떴나. 그들의 전화에 응대한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들에게 욕을 한다면, 결국 그 욕은 그러한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측에게 더 많이 돌아가야 하고, 그렇게라도 직업을 가져야만 하는 이들은 아주아주 약간의 욕만 먹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 어쨌든 오늘도 우리는 수화기 너머 바로 그 사람, 우리들과 같은 사람에게 욕을 한바가지 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피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30분 이내에 편안하게 받아 먹기 위해, 신속배달을 이용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회사의 정책에 어떻게든 자신을 맞추어야 하기에, 오늘도 피자 배달부는 위험하게 달린다.


   나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이 누군가의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하는 것일 때, 혹은 내가 얻는 이득이 그것이 응당 돌아가야 할 누군가에게서 가져온 것일 때, 그것을 알아 차렸을 때는 언제나 뭔가 좀 씁쓸하다. 월드컵을 마냥 즐길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100원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이유는 새벽에 나와 일해야만 하는 어느 중년의 아주머니에게 돌아가던 어떤 보조비 100원이 없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녀의 출근 시간이 1시간 앞당겨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100원 더 싼 것을 좋아할 뿐 그녀의 고된 삶이 조금 더 고되어 진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 우리 형, 누나, 옆집 아저씨, 우리 엄마, 아빠가 바로 그 '그녀'라 말할 수 있는 노동자이다. 결국 나나 내 옆의 누군가의 일러 진 출근 시간 혹은 늦어진 퇴근 시간으로 인해 누군가는 조금은 더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고 있겠지. 그런 이유로 나는 굳이 싼 것을 일부러 찾아 다니지는 않는다.

   좋은 것은 그만한 노력이 들어갔을 테고, 그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있어 나는  아예 안 사면 모를까 산다면 응당 그만큼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더욱 기분 나쁘게도, 그렇게 낮아진 가격으로 회사는 별로 손해 보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 하면, 결국은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적어졌을 뿐 회사에게 돌아가는 것은 그만큼 줄어든 것은 아닐테니까.


   괜한 죄책감에 한 번 적어나 본다. 오늘 아침에 무슨 고객님 어쩌구 하는 전화가 왔었는데, 그냥 끊어버렸다. 차가운 놈이라 그런지 저런 전화 끊는 것에 어려움이 없어서 그 쪽에서 무슨 말을 하거나 말거나 대부분 "됐습니다."하고 끊곤 했는데 오늘은 그 말도 없이 끊었다. 그러고 나와서 저 기사를 보니, 그들도 결국은 힘겹게 일하는 우리같은 사람일 뿐인데, 하는 생각에, 귀찮기는 하지만 그래도 수고한다거나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쯤 해줄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그들의 수고가 귀찮은 것이고 내가 미안한 것은 없지만 어쨌든. 여튼 별로 개운치 않은 하루였다.

2. 배려란, 남을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을 때, 가령 논리적이고 법적으로 남을 고려할 필요가 없을 때에도 남을 고려해 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는 배려를 잃고 있는 것 같다. - 내가.



   좀 다른 얘기인데, 무상급식 문제. 생각해 보니, 얼마 전에 우리 대한민국은 전지구적 경사 G20을 개최했었고, 그것의 경제 효과가 몇 백 조라며? 그걸로 하면 되겠네. '효과'라 실제적인 것은 아니라도 1%는 되겠지, 그래도 몇 조 아닌감. 아니라면, 대체 그놈의 '경제효과'라는 것의 의미가 뭔데?


원본 작성일 : 2011-02-07 21:34
미몹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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