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6 18:07
호텔 창문 밖 풍경. 약 30도 정도로 시선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 살짝 불편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더구나 혼자 썼었기 때문에.
모
든 경비가 지원되는 해외출장까지도 귀찮다는 이유로 가지 않았었는데, 같은 맥락의 일과 관련이 있는 이번 출장을 가자고 했을 때
흔쾌히 가겠다고 하니 좀 의외였다는 말. 뇌사정이 안좋아서 refresh 시키고자 일주일정도 쉬고 있던 차에 주말에 열리는
학회라기에 그냥 갔다. 좀 늦게 도착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학회라는 것을 가면 다 비슷비슷하니 별반 특이할 것은 없었고,
그냥... 좀 U턴을 많이 한 것 말고는 - ㅋㅋㅋ 이건 좀... - 딱히, 뭐.
새로운 종류의 복잡도가 생긴 것
같은데, 너무 많은 연결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 내가 관여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 많아지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종종 있다.
재미있는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가 별로 없고, 닥치는대로 하는 잡놈 정신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이런저런
연구에 참여하게 되는데, 나는 '그냥 재미'로 처음에 시작했기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일이 결코 재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약간은 머뭇거려진다. 많아 보았자 수개에 불과할 그런 연의
끈들이 아마도 세상과 나를 이어 주는 거의 유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연구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내가 누군가를 실제로
만날 이유는 거의 없으니까. 이러한 상황은 내 몸에 묶여 있는 몇 가닥의 끈이 누군가(특정되진 않은)에게 연결되어 있는 모습으로
시각화되곤 하는데, 그것을 사슬 또는 올가미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할테지만, 그리고 이와 같은 느낌을 그 단어들이 정확히 나타낼
수 없기도 하지만 굳이 말해야 한다면 여기저기 다 낡아빠져 있는 것이 보이긴 하지만 예의상 모두 그 안에 살고 있기에 그냥
나가고 있지 않는 어떤 울타리 안에 들어 와 있는 것 같은 느낌. 여기서 모든 것에서 발을 빼고 집에서 땅이나 일구고 산다고
한다면,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그리고 내가 생각해도 좀 아까운 연구주제들이 몇 있고.
이, 굴레와 속박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나가지 않는 것 역시 자신의 선택일 뿐이겠지.
겨우 실험실에만 있으면서도 이런 부담이 있으니, 회사의 중책을 맞고 있는 이들이 겪는 부담은 미루어도 잘 모를만큼 크겠지.
- 미몹 백업함.
'일상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기 주머니가 있었네 (0) | 2011.01.13 |
---|---|
잃어버린 생활의 여유를 찾아서 (0) | 2011.01.07 |
가을의 어느 날 (0) | 2010.11.08 |
물소리 (0) | 2010.08.08 |
2007년 9월 15일 토요일 새벽 (0) | 2007.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