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

2007년 9월 15일 토요일 새벽

by adnoctum 2007. 9. 15.


2007 9 15일 토요일 새벽 1 55분 고대 생공원 6층 쇼파.

 

  살짝 짜증날 뻔 했다. 대전에서 버스를 타러 나왔을 때, 학교를 벗어나자마자 차가 막히고 있었다. 수원으로 오는 막차는 7시에 떠나는 것이었는데, 충남대 앞을 왔을 때 이미 7시가 넘은 상태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속터미널로 와서 서울을 들르게 되었다.

 

  어느 정도 왔을까.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 보니, 아직 안성도 못 온 상태였고, 버스는 답답하도록 느리게 가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꽤나 지난 상태있다. 아무리 금요일 오후라지만, 여태껏 이렇게 막힌 적은 없었다. 이 지긋지긋한 정체를 만들어 낸 장본인인 빗줄기는 잘도 주룩주룩 내린다. 하긴, 그건 그냥 내리는 것 뿐이니까. 버스를 타면서 지루해 하는 적은 거의 없는데, 이번 만은 정말 지루했다. 내가 걱정을 한다고 해 보았자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에는 전혀 영향이 없기 때문에 좀처럼 버스가 언제나 도착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지 않는 나이지만, 오늘은 서울서 용인으로 오는 버스의 막차 시간이 다다름에 따라 언제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나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은 이미 내가 최종 시한으로 몾박은 10 30분이 넘어갔고, 이제부터 어디에서 잘 것인지, 집에는 갈 것인지 말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했다. 그래서 우선 현덕이에게 전화를 걸어 용인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강남역에서 몇 시까지 있는지를 물어 보았다. 11 30분 정도가 막차라는 답변을 들었는데, 그 때가 막 수원 톨게이트를 지날 때였다. 그 때는 잠시 길이 뚤려 버스가 제법 빠르게 가고 있긴 했지만, 반포동 터미널을 들어갈 때 매우 오랫동안 막힌 전례가 여러 번 있었기에, 나는 11 30분에 강남역에 도착할 수 있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사람 마음과는 아무 상관없이 시간은 또 흐르고 흘러 어느 덧 11 30분이 다 되어 간다. 나는 다시 현덕이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에는 서울에서 전철이 몇 시까지 다니는지를 물어 보았다. 서울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나는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 알 수 없으니, 우선 문은 열고 주무시라고 말은 해 놓았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용인으로 가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을 했고, 결국 고대로 가기로 결심을 한 상태였다. 12시까지는 전철이 다닌다는 답을 듣고, 이제는 고대에서 어떻게 밤을 지샐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때, 옆에 있던 여자 아이도 걱정이 되는지, 서울에서 버스가 몇 시까지 다니는지를 묻는다. 아마도 대전에 사는 아이 같았는데, 서울의 누군가를 만나러 말 없이 온 듯 하다, 통화 내용을 잠시 들은 바로는. 나는, 버스는 12시까지 잘 다닌다고 알려 주었으나, 사실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 까만 뿔테 안경이 꽤나 잘 어울리는, 그래도 조금은 예쁜 아이였다.

 

  버스 기사 아저씨 역시 터미널로 들어가는 곳이 꽤나 힘들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하셔서, 터미널 직전에 사람들에게 내릴 것을 권유한다. 꽤나 융통성이 있는 아저씨이다. 내렸을 때가 11 30분이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나는 우선 3호선을 타러 갔다. 2-4번 출입문 앞에 서자마자 전철이 들어 온다. 사람은 별로 없다. 나는 외국인 옆에 한 칸 띄워 앉았다. 맞은 편 여자 아이는 살짝 미소를 짓는 얼굴로 뭔가를 읽고 있다. 꽤나 귀여운 인상인데, 고등학생쯤이나 갓 20살이 넘어 보인다. 이제 조금만 어려 보이면 조카녀석같이 느껴지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6호선으로 갈아 타기 위해 걸음을 분주히 옮겨 계단을 내려가는데, 플랫폼에 꽤 많은 사람이 있다. 나는 속으로,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고 투덜거리며 최적의 위치인 5-3으로 갔다. 그래도 자리는 많아 앉아 올 수 있었는데, 창신 쯤에서 꽤 많은 사람이 타자, 서 있는 사람이 꽤 여럿이 되었다.

 

  전철에서 나와, 우선 생공원으로 올라 왔다. 중간에 뭔가를 좀 먹을까 했지만, 배가 고픔에도 불구하고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이래서 마르나 보다. 저 멀리서 생공원이 보였는데, 커다란 건물에, 12시가 넘은 시간에 불이 켜져 있는 곳이 채 10곳도 안 되는 것을 보니, 좀 이색적이었다. 아마도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기에 그런 것 같다. 생공원에 다다르자 조금은 안도가 되었다. 우선 정보실로 갔는데, 왠걸, 공사중이었기에 그 안에서 잠을 자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마지막 희망인 생공원 6층으로 향했다. 갑자기 웃찾사의 서울 나들이 제일 끝 맨트인, "그럼 우린 어디로 가야 하죠?"가 생각이 나, 혼자 웃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을 누른 후, 문이 열리자, 로비에는 예전에는 없던 유리 문이 쳐 진 공간이 생겼다. 예전엔 그냥 쇼파만 있었는데... 학부 때 며칠 씩이고 잠을 자던, 대강당 앞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 다행이다. 쇼파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고, 쇼파의 모양으로 보아, 누군가가 잠을 잤음직한 느낌이 들었다. 이 곳은 여전히 비공식적 숙소로 이용되고 있는 것을 느끼자, 안도의 기쁨이 흘렀다. 우선 잘 자리를 배치하기 전에, 무선 인터넷이 되는지 연결을 해 보았다. 무선 랜은 연결이 된 것으로 나오나 인터넷 접속이 안된다. 조금 더 시도해 본 후, 그냥 인터넷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음료수를 하나 뽑아 와서, 잠 잘 자리를 배치하고, 컴퓨터를 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안에 있는 pdf 파일이 어떤 것들이 있나, 예전에 받아 놓은 논문들을 좀 살펴 보았다. PCA보다 좋은 방법이라는, multi-layered neural network에 대한 Science 논문이 꽤나 흥미로웠지만, 도무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lymphocyte survival apoptosis를 다루는 리뷰 논문을 읽는데, 눈이 너무 아파 읽기를 중단했다. 그리고 잠을 자기 위해 컴퓨터를 끄고 팔베게를 하고 누웠는데, 좀처럼 잠이 오질 않는다. 어제 피곤해서 12시간이 넘게 자기도 했고, 오면서 버스에서도 잠을 잤으니, 벌써 잠이 올리 만무하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모듈 간의 상호 관련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 꽤나 마음에 드는데, 오늘 버스를 타고 오면서 생각해 보았는데, 그 수치는 comparable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 normalization이 잘못 되었는데, 과연 normalization을 해야 하는 것인지, 만약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잘 모르겠다. 내가 만든 알고리즘으로 했을 때 NF-kappaB negative regulation IL-1beta secretion과 관련이 깊게 나왔는데, 이 내용이 이번 주 Cell 논문에 나왔다. 내가 하는 것 같은, 전체적인 map을 그리는 형태의 일을 할 때, 적어도 나에게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얻은 결론이 이미 잘 알려진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Cell의 그 논문을 보기 전까지, 나는 IL-1beta의 분비가 NF-kappaB negative regulation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이미 알려진 내용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었으니까.

 

지금은 새벽 2 27(노트북 시계)분인데, 지금 막 누군가가 내 옆 쇼파에 와서, '!'하는 단발마를 내며 눕는다. ㅋㅋ 역시나, 여긴 잠자리구만.

 

우선은 촛점을 한 곳으로 집중하여, NF-kappaB cytokine간의 관계, JNK cytokine간의 관계, cytokine들 간의 관계를 우선 만들어 보아야 겠다

'일상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기 주머니가 있었네  (0) 2011.01.13
잃어버린 생활의 여유를 찾아서  (0) 2011.01.07
가을의 어느 날  (0) 2010.11.08
출장은 아니고  (0) 2010.08.08
물소리  (0) 2010.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