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좁은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는듯 해도 막상 따지고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것이라는 것은, 지인들이 대전을 내려 오면 가끔 연락이 닿아, 밥이라도 한 끼 같이 하고 어느 벤치엔가에 앉아 꽤 긴 시간을 보낼 때 종종 느끼곤 한다.
꽤나 더운 날들. 강렬한 햇살에, 조금은 시원한 그늘, 그리고, 이제는 제법 선선해진 바람. 구름들 사이로 가끔씩 새어 나오는 햇살. 그리고, 길가에 아무런 대책 없이 놓여 있던 벤치를, 어느 날 친구가 세포 받으러 - 아, 이런 말이 이 상황에선 왜 이렇게 우끼지 - 와서 같이 점심을 한 날, 나랑 같이 나무 그늘 밑으로 옮겨 놓았다. 그 후로 종종 그 곳에 앉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약간의 시간들이 겹쳐지는듯한 느낌. 바로 앞에는 분수를 따라 물줄기가 하늘로 시원하게 올라가고, 그 위로는 구름을 가르며 새들이 쉴 새 없이 날아들었다 날아 가기를 반복한다. 이따금씩 보이는 사람들. 가뜩이나 사람이 없는데 더구나 방학이고 하니. 가끔씩 놀러 오는 친구는 어제, 역시 이 곳은 한산하구나, 한다. 그래. 이 한산함. 이 한산함이 좋다. 머리 아픈 코딩 속에서 이따금씩은 특별한 이유 없이 어슬렁 거리며 밖을 나가곤 한다. 괜히 약간의 공터에 앉아 무심히 시간을 보낼 때도 있고.
기숙사에 오면 이미 늦은, 저녁이라기보다는 새벽. 가끔씩은 잠이 너무 않으면 결국은 주섬주섬 동전 몇 개와 카드키, 담배를 챙겨 들고 벤치에 앉아 구름과 달과 별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면서 잠깐보다는 긴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구름...
그냥, 이런 시간들이 좋다. 카페보다는 길가의 어느 한적한 곳에 앉아 분주히 지나는 사람들을 두고도 서두름 없이 앉아 있는 것. 시간은 저마다에게서 다른 의미와 속도를 갖고 지난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시간을 보내는 일. 노을이라도 생기는 시간이라 한다면, 과거와 현재, 미래, 기억과 공상, 희망, 소망 들이 혼합되어 만들어지는 꽤나 독특한 경험. 이런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