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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노을과풍경

행복

by adnoctum 2014. 5. 31.



행복한 삶에 필요한 요소가 매우 적다는 것도 기억해 두라 - 7.67, 명상록. 



   언젠가부터 사소한 것으로부터 얻는 느낌을 행복으로까지 연결하는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수행해야 할 작업의 완수 역시 행복을 느끼는 요인일 수 있겠지만, 뭔가... 너무 요란하다는 느낌이다. 






   지난 월요일, 저녁을 먹고 잠깐 계단에 앉아 있는데, 해가 지며 만들어 내는 풍경이 차분하니 좋았다. 몇 분 앉아 있었다. 비록 내가 좋아하는 노을은 생기지 않은 날이었지만 석양이 깔린 계단, 한가로이 거니는 사람들. 저 즈음의 시간을 좋아하기도 하려니와 뜨겁지 않은 햇살이 지면과 지면의 구조물에 만들어 내는 독특한 분위기. 그리고, 한가로움. 저 한가로움이 좋다.




   중학교는 시골 집에서 학교를 다녔다. 학교에서 다녀 온 후 해가 저물 즈음이 되기 전 인적이 없는 저수지로 가곤 했다. 거기서 해가 수면에서 만들어 내는 빛조각들을 보며 하염 없이 시간을 보내곤 했다. 이러한 일은 고등학교를 도시로 가면서 잦아들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종종 계속되었다. 그 시간이 좋았다. 그래서 지금 내게 남아 있는 행복이란 이미지는 그러한 시간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엊그제 오래간만에 다시 가 본 그 저수지에는 가뭄으로 물이 별로 없었다. 저 곳은 3G도 제대로 안되는 곳이며, 사람 소리라고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사진에선 잘 안 보이지만 저 멀리 노란 야생 수선화가 꽤 피어 있다. 저 맞은편에 앉아 지는 해와 수면에 부서지는 햇살을 보곤 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내게 행복이란 저렇게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정도이다. 하루하루 살아 가면서 일이십분이라도 저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이것은 목표에 대해 확신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나의 성향과 배치되는 듯 싶다. 다소 뚜렷한 목표를 세워 두고 걸어 가고 있는 내 방식은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나는 안정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 길이 보편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는 꽤 오랜동안 확실하게 잡아 놓은 것이라 그 안에서의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내 삶은 결국 매우 안정된 형태를 취했던 것이고, 그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은 저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도 나타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한가한 시간들에서 얻는 위안이 그리 크지 않았던 이유는 어쩌면 평소의 생활 자체가 어느 정도 안정적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좀 다르게 살아 볼까 생각해 본다. 다소 불확실함을 내포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 하더라도, 안정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해보는 것. 그런 생활에서라면 저러한 한가로움이 지금과는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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