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고향 집을 갔다 오니 학교는 이랬다.
봄이 되면 학교 곳곳에 벚꽃을 비롯해서 목련, 철쭉 등이 피고, 이 아름다운 풍경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불러 들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 외부인의 출입이 안 되어 적막하니 꽃들만 덩그러니 피어 있었는데 지금은 외부인들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해지니 풍경과 사람이 어울린다. 사람이 많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주말, 학교의 이 인파는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잠깐의 생각에 의하면 아마도 두 가지 요인이 많은 인파 속에 숨어 있는 불결함을 상쇄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 그 첫 번째는 아이들이고, 두 번째는 학교로 나들이 오는 주변인들이 어느 정도 교양은 갖고 있을 것이란 가정. 외부라면 많은 인파 속에 깃든 교양없음이나 무례함이 자주 눈에 띄지만 학교로 오는 이들은 그러한 모습이 상대적으로 적게 보인다. 그래서,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풍경 속에 들어 앉은 사람들이 그리 눈을 찌푸리게 하지는 않고, 외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더욱 평화롭게 풍경을 완성짓는듯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다른 학교랑은 분위기가 많이 다른 학교인지라 - 타교 학부 출신이 아니면 이것 자체를 잘 모른다, ㅋㅋㅋ - 평소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고, 보인다 하더라도 어딘가를 이동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곳에서 만 10년을 채우는 지금까지 있는 동안 이 넓은 학교의 잔디에 누워 있는 사람을 딱 두 번 보았는데 한 명은 외국인이었고 한명은 학회를 온 외부인이었다. 더구나 이공계쪽 사람들이 전부인지라 학교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삭막하다고 느껴지기가 자주이다. 이런 느낌은 학교에 조용히 내려 앉은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과 분위기조차도 다소 메마르게 느껴지게끔 하는데, 그나마 봄의 이 때와, 그리고, 겨울, 눈 내린 조용한 풍경 위로 소리 없이 가로등 불빛이 내리는 때는 그래도 한껏 분위기가 느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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