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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세상바라보기

운전을 하면서 느낀 것은

by adnoctum 2014. 2. 27.




   한마디로 개판이다. 이제 한 20개월 정도에 3만km 정도 운전을 했는데, 느낀 것은 정말 개판이구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더이상 한국 사회의 이런저런 비합리적인 것에 대해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부터 느꼈으나 이제서야 비로소 몸으로 느낀 것은, 우리가 지탄하는 일들은, 만약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결국 그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사실. 그러니까, 떠들썩한 사회적 비리를 저지른 그 사람이 특히 나쁜 놈이라기보다는 지금 이 사회의 그 어느 누구를 저 자리에 앉혀 놓아도 저 문제는 벌어진다는 사실. 일반인들의 경우 단지 그 자리에서 행할 수 있는 나쁜 일이라고 해 보았자 뉴스 거리조차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는 것일 뿐. 


   물론, 누군가는 양보를 해주고, 많은 사람이 규칙을 잘 지킨다. 100%의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에 있어 대략 70~80%정도만이 지키는 것을 가지고 "그래도 다 그런 것은 아니다"라 하는 것은 자기 기만일 뿐이다. 대전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 경우 보통 편도 100km 이상 운전을 하는 경우가 잦은데, 그 와중에 만나는 자동차들의 한 20~30%는 온갖 규칙들을 저마다 하나씩은 어기는듯 싶다. 방향지시등을 안 켜고 차선변경을 하는 것에서부터 추월차로를 규정 속도로 느긋하게 가고 있는 것, 버스 전용 차로에 잠깐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차까지, 엄연히 법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어기는 것도 다반사이고 무리한 운전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일상에서 이렇게 자주 온갖 규칙을 어기면서 과연 나머지 규칙들은 잘 지킬까? 나도 물론 몇몇은 딴 생각하다 아차 싶게 어기기도 하고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다닐 때도 잦긴 한데, 이 둘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지키려고 한다. 사실 내가 운전을 늦게 배운 이유는 어쩔 수 없이, 누구나 다 어기니까 나도 그 흐름을 맞추기 위해 무엇인가를 어겨야 하는 경우가 생길 것 때문이었다. 막상 하게 되니 그런 경우가 없지 않아 있긴 한데, 대부분은 '니 맘대로 해라. 니 맘대로 생각해라', 라 속으로 생각하며 굳이 나까지 어기진 않고 지킬 수 있으니 이 점은 우려했던 것만큼 심각하진 않다[각주:1]. 대신, 직접 보게 되는 그 수많은 현장들이 불편할 뿐이다. 안 지키려면 만들질 말고, 만들었음 되도록 지킬 것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도대체 뭐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물며 운전이 이럴진데, 이것 이외에, 뭔가를 어겨도 되는 상황에 맞딱뜨리게 되었을 때, 자신의 편의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친 채 규칙을 지키길 바랄 수 있는가? 한국 사회의 후진국적 사회상은 결국 정확히 국민들의 이러한 양상을 방증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개판을 치는 것 역시 딱 한국의 수준일 뿐이다. 




  1. 난 규칙의 노예가 아니다. 외려 그 반대이지. 하지만, 지킬 것은 지키자는 주의, 규칙으로 만들었음 지키자는 주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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