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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_생각

평범해서 속상해

by adnoctum 2013. 4. 22.




   지금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해 보자면 그렇다. 너무 평범한 것 같아서 속상해. 남들보다 뛰어나거나 잘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뭔가 고유함이 없는 것 같은 느낌. 지금까지 어떻게 해 왔거나 간에 선택할 길이 결국은 뻔한 것 같은 느낌. 누구나가 가는 길을 나 역시 가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 남과의 비교 후 우열의 수직선 상에서 위에 있지 못하기 때문에 속이 상한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른, 뭔가 나만의 고유함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그런 상황.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매우 긴 시간 - 적어도 몇 십 년 - 을 보내겠다는 생각이 그 고유함의 핵심에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원 졸업하고 외국 1~2년 나갔다가 다시 한국 오는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고 생각을 해 왔던 거지. 그런데 찬찬히 뜯어 보니, 대학원 졸업하고 박사후연구과정(post doctoral fellowship)으로 몇 년 보내다 교수가 되거나 회사에 취직하거나. 단지 그 생활을 외국에서 하느냐 한국에서 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나 역시 그 길을 걷게 되는 것. '단지'라고 단순하게 표현하기엔 좀 무리가 있을만큼 외국과 한국에서의 생활이 다를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왜 이런 느낌이 들었는가를 다시 또 찬찬히 뜯어 보면 외국 학회를 가서 보게 되는 대학원생은 한국에서 보는 대학원생들이랑 너무 닮았다. 결국 대학원 생활이 다 그렇고 그런 건가. 결국 저들도 졸업하고 포닥하고 회사나 연구소에서 직장을 잡아 연구를 하는 거겠지. 나도 결국 그런 거겠지. 너무 평범한 대학원 - 포닥 - 직장 의 길을 가는 한 대학원생(얼마 전까지)에 불과한 것. 지금은 어디에나 있는 포닥자리 알아 보는 대학원 졸업생에 불과하다. 맞다, 바로 이 포닥 자리를 알아 보면서 나 역시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는 그냥 흔하디 흔한 대학원 졸업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 같다. 뭔가 나는 다를 것 같았다, 가 아니라, 결국 저 많은 회사원들처럼 나 역시 그 수많은 평범한 연구원이 되겠지. 



   이렇게 말해버리면 그 '평범한' 사람들의 범주에 들어 간 사람들을 폄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굳이 변명해 보자면 삶의 가치는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고, 나는 고유함을 제일의 가치로 선택을 했으니 나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평범하지 않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실상 평범하기조차 매우 어려운 세상이다. 평범하다는 것도 되게 어려운 일이니까. 자신의 가치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지 남을 자신의 가치로 평가하지는 않으니 '고유함'으로 나를 평가할 뿐 남을 평가하지는 않는다. 뭐, 이 얘길 굳이 길게 할 필요는 없으니 이쯤에서 됐고. 



   그러다 보니 랩에서 하는 일이 다 거기서 거기 같고, 그 무엇이 나를 그 '평범한 길'과는 다르게 가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연구 잘 해서 논문 좋은 곳에 게재되고, 그래보았자 좀 더 좋은 곳에 박사후연구과정으로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고, 그렇게 잘 가도 결국 나중에는 연구원이나 교수, 좋은 회사, 뭐 그런 곳에 가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겠지. 그러니까 3년 5년 후의 위치가 너무나 평범해 보인다. 좀 더 좋은 곳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같은 범주일 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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